“적게 냈으니 적게 받아라?” 보험 갑질 논란

보험사, 정부 지원 앞세워 피해율 깎아내리기 급급
농민들 “보험 가입하고도 아쉬운 소리 한 번 못해”

  • 입력 2019.10.2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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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작물재해보험과 풍수해보험 등 재해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할 정부의 정책보험이 사실상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재해가 잦았던 올해 농민들이 겪은 피해 규모가 큰 만큼 보험의 실효성에 대한 아쉬움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전북 정읍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민 A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다. 태풍으로 벼가 도복됐고 강우가 지속되며 백수현상이 나타났다. A씨는 “앞으론 보험을 들지 않을 생각이다. 전적으로 농민에게 불리한 제도인데다 피해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정이 뚝 떨어져 버렸다”며 “실제로 보험사에서 보험료도 얼마 안 냈으면서 그 정도면 된 거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하곤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를 해준다고 하지만 농민도 보험료 일부를 부담한 게 사실이고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하는데 보험에 가입하고도 아쉬운 소리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지역농협을 통해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다 보니 농민들은 피해율에 불만이 있어도 이를 크게 나타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는 풍수해보험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게 나타난다.

강원 춘천에서 4,500평 면적의 비닐하우스 38동에 풍수해보험을 가입한 농민 B씨는 올해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B씨에 따르면 현장에 방문한 손해사정인과 보험사 관계자는 피해율을 깎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으로 파악된다. B씨는 “손해사정법인이랑 농협이 짜고 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 전국적으로 태풍 피해가 크다 보니 피해율을 얼마 이하로 정해놓은 것도 같다. 아무튼 관계자가 자부담도 얼마 안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운을 떼더니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며 “사용하다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피해면적을 조금씩 줄여 계산했다. 근거 기준이나 자료도 가져오지 않았고 보험금을 안주려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자동차 보험만 놓고 비교해도 타던 차라고 부품을 일부만 교체하는 경우는 없다. 하우스에 피해가 발생했고 비닐을 전부 갈아야 하는데 사용했단 이유로 피해면적을 깎아내리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농민들도 자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 산정 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면이 있다.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식의 반응이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NH손해보험 관계자는 “손해평가 업무방법 공지 정도만 전달하지 피해율을 일정 기준 이하로 잡으라는 지침은 없다. 올해는 피해율이 35% 이하일 경우 간편 조사를 통해 보험금이 빨리 지급되도록 추진 중이나 피해율을 그 만큼만 책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닐뿐더러 계약자가 원할 경우 전수조사나 표본조사 등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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