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방역으로 볼 수 없어

감염 경로 평가·분석 통한 체계 마련 필요성 강조
전문가 “살처분으로 감당 안 될 경우 대비해야”

  • 입력 2019.10.2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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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정부가 가축전염병 방역 대책으로 추진 중인 살처분 명령을 두고 축산업계 전반에서 반발과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개 획일적 기준의 광범위한 살처분을 방역 대책으로 볼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ASF 사례만 살펴봐도 가축전염병에 대한 정부 대책은 살처분에서 시작해 살처분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일까? 관련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 답했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의하면 가축 살처분은 확인된 위험에 대한 대응방식인지 잠재적 위험에 대한 대응방식인지에 따라 ‘일반적 살처분’과 ‘예방적 살처분’으로 구분된다. 함 교수는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가축살처분 실태와 쟁점진단 세미나’에서 가축전염병 등 질병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선제적 조치로 이뤄지는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 “현행법상 예방적 살처분을 재량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요건과 절차, 집행, 한계 등을 보다 엄격하고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예방적 살처분 명령의 핵심요건인 가축전염병 전파 우려에 대한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해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 대표는 “감염은 숙주와 환경, 병원체를 기반으로 한다. 환경과 병원체를 조절하고 제거하는 일에 비해 숙주를 매몰하는 게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 정부는 AI 사례를 통해 이미 살처분과 휴지기로 단기간의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면서 “빠르고 확실한 효과가 있더라도 불필요한 살처분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형태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평가와 분석을 매뉴얼화하고 시·공간 및 숙주 특이성 등을 고려해 방역대를 설정하는 등 체계를 잡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손 대표는 “추후 살처분으로 감당 안 될 경우를 미리 계산하고 준비해야 한다. 한계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부족한 것보다 과한 방역이 낫다는 식의 광범위한 살처분은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장은 “가장 기본은 농가 차단방역 강화다. 백신이 없는 ASF의 경우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게 핵심인데 일단 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하면서 2차 전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폐사체 제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호세 마누엘 산체스 비스카이노 박사(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연구소장)는 “시·군 단위 살처분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다. 살처분 범위는 위험도 분석에 따라 설정해야 한다”며 “어떤 경로로 유입된 건지 분석하고 전파 위험요소가 다양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를 명확하게 살피고 위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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