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묵은 과제 털어내듯 “WTO 농업개도국 포기” 공식 선언

홍남기 부총리 “국내 농업 발전 새 기회 되도록 준비”
김현수 농식품부장관 “쌀 등 민감품목 최대 보호 약속”
끝까지 반대했던 농민들에게 어떤 입장도 남기지 않아

  • 입력 2019.10.25 15:46
  • 수정 2019.10.25 16:1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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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25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정했다. 회의 직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입장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했다.    한승호 기자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정했다. 회의 직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브리핑이 이어졌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향후 있을 WTO 협상부터 농업도 선진국 부담을 떠안게 된다. 국익을 위한다는 정부의 이번 선택은 농업에는 추가희생을 강요한 셈이다. 

25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와 관련 “미래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최종 결정했다.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니라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이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를 위해 향후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분야를 최대한 보호 △국내 농업 영향이 발생할 경우 피해보전 대책 반드시 마련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 지속 추진 등 3가지를 약속했다.

개도국 포기를 기점으로 앞으로 농업의 경쟁력과 체질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도 언급했다.

홍 부총리가 제시한 ‘최우선 과제’는 첫째 소득안정과 경영안정지원, 둘째 국내 농산물 수요기반 확대와 수급조절기능 강화, 셋째 청년·후계농 육성 추진 등이다.

소득안정과 경영안정지원의 핵심 내용은 ‘공익형직불제 전환’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공익형직불제 전환을 전제로 직불금 예산안을 증액했다며 2조2,000억원에 대한 국회 심의과정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직불금 예산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재해보험 품목 확대 등 재해보험 제도 개선도 포함된다.

농산물 수요기반과 관련해서는 로컬푸드 소비기반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 확대, 품목별 의무자조금을 제시했다.

청년·후계농 육성 문제는 청년영농정착지원금 제도,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와 자금지원 내실화가 그 내용이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곧 농업포기’라고 반대한 농업계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존 추진 정책의 나열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지만 농업분야는 지금보다 더 잃을 것만 남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정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승호 기자
 

 

이날 개도국 포기 관련 입장을 듣고 싶다는 기자들의 요구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WTO는 150여 개국 이상의 회원국들이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라면서 “각국 민감한 분야에 대해서 주장이 가능하다. 앞으로 차기 협상에서 쌀 등 민감품목에 이를 잘 활용해 최대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농정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극렬히 반대했던 농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입장은 전혀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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