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새만금 갯벌 향기

유수정 <부안군 하서면 하서중 2년>

  • 입력 2007.08.13 19:05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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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수정 부안군 하서중 2년
무릇 향기라 함은, 기분이 좋고 달콤한 냄새를 뜻하죠. 그런데 갯벌에서 나는 비리고 짠 내가 달콤하다니 좀 안맞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갯벌에 향기를 붙인 까닭이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말이죠. 끝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이제 그 일대의 갯벌은 물만 들락거리는 무늬만 갯벌인 곳이 되어버렸죠.

솔직히 전 그에 대해 별로 와 닿는 것도 없었고, 딱히 자연보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도 없었기에 별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중한 새만금 일대의 갯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자 얼마나 바보 같았는가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오디따기축제가 있던 날이었을 겁니다.

그날 부모님 친구분들도 멀리서 오셨고, 바닷가에 다녀온 뒤에 저녁메뉴는 조개구이로 결정되었었습니다. 한창 조개구이를 먹다가 질린 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은 고요 그 자체. 어두운 밤인데다 가로등만 비치고, 주변인가는 모두 잠이 든 듯 했습니다. 전 도로를 건너 막혔지만 물이 들어차 있는 그 한심한 사업의 산물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갯벌의 짜지만 시원해서 독특한 갯벌 고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코가 이상한가, 하며 숨을 여러 번 들이쉬고 내쉬고, 계속 반복했지만 조개구이에서 나는 냄새도 맡았는데 그런 냄새를 못 맡을 리가 없었죠.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허무하고,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죠. 갯벌 냄새가 나지 않는 것에서 어떻게 새만금 간척사업을 떠올렸는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늬만 갯벌인데 냄새가 없는 것도 당연하지 싶었습니다.

집에 가자마자 새만금에 대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전 새만금의 문제점이 그렇게도 많은 줄 몰랐습니다.

그저 막연히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란 것만 인식했을 뿐… 정리한 것만 해도 서른가지가 넘었습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우선 갯벌엔 생명이 존재한다는것, 새만금 간척사업은 국내 100여개의 환경단체, 많은 교육단체와 인권단체가 반대한다는 것, 밑빠진 독에 물붓는 식의 국민혈세낭비사업이라는 것, 수많은 국제적 원칙과 협약을 위반하는 사업이라는 것, 전북은 이런 사업 없이도 진정한 발전을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 등등…

새만금 갯벌에는 서해안을 통틀어 전체 어류 생산량의 76.9%나 되는 생물들의 서식지이고 알을 낳는 곳입니다. 그 뿐 아니라 전국에서 생산되는 조개류의 반이 이곳에서 나옵니다.

때문에 어민들도 좋은 수입을 누리고 있었죠. 그런데 그 갯벌이 사라지면 어민들은 정말 죽으란 소리입니다.

새만금 갯벌이 없으니 수많은 어민들의 생계가 흔들릴 것은 물론이고 환경파괴에 의한 피해도 막심할 것은 이 사실만으로도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혹시 리우 국제선언을 아시는지. 이 선언의 대표적 원칙 중엔 과학적 불확실성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처럼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팽팽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엔 환경보전이 우선이란 뜻이 됩니다. 누가 새만금 간척사업이 환경보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던가요.

한국농촌공사(당시 농업기반공사)는 민관의 공동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간척을 중단하면 대규모 환경파괴가 온다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청와대에 거짓보고 하였고, 총리실은 민관의 최종보고를 왜곡하려다 말썽을 일으킨 바가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 교수들과의 뒷돈까지 오가며 공사를 추진하라는 성명서와 광고까지 오가는 일도 벌렸답니다. 당당했다면 뒷거래 같은건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전북은 현재까지 환경을 잘 지켜온 지역입니다. 또한 거의 무분별한 개발은 우리의 행복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게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우리 부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분은 없으신지.

이제 옛날옛적의 무분별한 개발방식보다는 환경보전에 가치를 두고 이로 소득과 복지를 높이는 21세기형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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