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지난 16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제도개혁 방향성논의 토론회’를 열었다. 농산물 가격안정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토론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쌀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배추생산자협회 등 농민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엔 각 노지채소를 대표하는 신생 품목조직들이 모인 만큼 가격안정 정책에서 품목단체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토론자들은 생산자단체가 정부·농협과 연계해 수급조절 및 생산·출하조절, 나아가 수입산에 대한 관리·감독까지 농산물 가격안정에 주도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강선희 전농 부산경남연맹 조직교육위원장은 “농산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품목별 농가조직화가 필수며, 조직화된 농가를 대표해 시장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국 단일 사업주체도 필수”라며 “품목조직은 자주성·독립성이 보장된 농민 대중조직으로서의 위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무진 양파협회 정책위원장은 “세분화된 유통구조를 단순화시켜 전체 물량의 50% 이상을 정부가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모든 작목을 그렇게 하긴 어렵겠지만 겨울대파·배추, 제주월동무 등 가능한 작목들이 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성과를 내고 확대해가자”고 제안했다.
토론은 특히 최근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노지채소 의무자조금 설치에 집중됐다. 품목조직들이 자조금을 운용하면 가격안정을 위한 보다 다양한 역할이 가능해질 수 있다. 농식품부도 자조금을 기존의 홍보 용도보다 수급조절 용도 중심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자조금은 품목조직들에게 확실한 역할과 대표성을 부여함으로써 창립 초기 조직안정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자조금의 실효성이나 자율권 제한 등의 문제엔 모든 단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강광석 전농 정책위원장은 “자조금법은 농업회의소법보다 더 문제가 심하다. 예산·사업계획·약관 등 모든 걸 정부에 통제받아 관변조직화 될 수도 있다. 자조금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자조금을 통해) 수급조절 역할에서 손을 떼고 생산자에게 맡기려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첨언했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지금까지 설치된 자조금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조금을 하더라도 몇 사람을 위한 자조금이 돼선 안된다.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