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축협 조합장을 만나다⑦] 김지현 여주 가남농협 조합장

“농민 잘 사는 게 농협의 궁극적 목적”
“조합장, 농민 지원에 최선” … “농협의 부, 농민에 되돌려줘야”

  • 입력 2019.10.20 18:00
  • 수정 2019.10.20 18:5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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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농축협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농협중앙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조합장들을 만나 격주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지난 14일 만난 김지현(63) 가남농협 조합장은 지역 조합장 회의 준비로 분주했다. 농민들과 목소리를 모아 준비한 농민수당 조례가 지난 10일 여주시의회에서 부결된 까닭이다. 김 조합장은 “조합장이라는 직책은 농민들 보호하고 지원하는데 발버둥치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평소 김 조합장의 농협 운영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왔다는 김 조합장은 “농협이 50여년 이상 농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수십만 배 성장했는데 농민들은 빈털터리가 된 게 가장 큰 모순”이라며 “여태껏 쌓아올린 농협의 부를 이젠 농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 조합장이 경제사업에 집중한 이유도 그래서다.

이런 가운데 벼 품종 전환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 등 여주시 농업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사업도 진행했다. 이를 이유로 올해 2월엔 농협중앙회에서 자랑스러운 조합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농민들이 잘 사는 게 농협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김 조합장으로부터 농협이 나아갈 방향을 확인했다.

- 가남농협 경제사업이 궁금하다.

우선 계약재배를 통해 벼 품종 전환을 이뤄냈다. 기존에 추청만 했는데 구수한 맛에서 찰진맛을 선호하는 소비자 입맛의 변화에 따라 진상과 신고시히까리로 품종을 전환한 것이다. 가을걷이 때 타작하랴 들깨 털랴 고구마 캐랴 바쁜데 중생종이다보니 조기에 수확을 마칠 수 있다. 최근 태풍이 3차례나 왔지만 그 피해도 전혀 없었다. 노동력의 분배가 되고 수확량도 증가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수확이 증대되며 200평 한 마지기에 20만원의 소득이 증가했고, 지난해 한 농가당 평균 450만원의 소득이 증가했다. 가남읍에 벼 농가가 800농가인데 총 25억원의 소득이 증가한 것이다.

또한 농가에서 농작업에 하루 이틀 쓰자고 몇천만원짜리 농기계를 산다. 누구든지 빌려다 쓸 수 있도록 트랙터 등 농기계 100여대를 사서 농기계은행을 운영했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운영하고 있고, 가지·복숭아 공선출하회도 조직했다. 농협택배도 하고 있다. 다목적 육묘장도 준비 중이다. 내년엔 밭 농업 수확량 증가를 위해 칼슘유황비료 공급도 준비 중이다. 여주시에서 1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경제사업은 사실 모두 적자다. 경제사업에서 돈을 벌자는 게 아니라 농협이 이만큼 성장했으면 그 돈을 농민들을 위해서 풀어야 된다는 취지로 하고 있다.

- 지역농협이 나아갈 방향은?

오직 농민만 바라봐야 한다. 농협이 돈을 벌고 안 벌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농민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게 조합장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전국 쌀값 지지를 위해 지난해엔 수매가를 7만4,000원(40kg 조생종 기준)으로 책정했고, 올해엔 4,000원 더 인상한 7만8,000원을 책정했다. 이로 인해 서서히 하락하던 쌀값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다른 농협에서 동결하거나 내리려고 했는데 못 그러게 묶은 것이다. 조합장과 함께 여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운영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다른 조합장들로부터 항의도 받았지만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

지역농협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합장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물론 직원들은 어렵고 힘들다. 근데 그만큼 농민들은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다. 농협중앙회도 마찬가지다. 회장이 열심히 하면 직원들은 힘들겠지만 각 지역농협과 농민들의 삶은 한결 달라질 수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들어오고 나서 많이 달라졌다.

조합장이든 농협 회장이든 직원들 보다 몇 발 앞서서 끌고 가야 성장할 수 있다.

-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격차가 심하다.

순전히 돈장사만 하는 도시농협은 농협 간판을 떼야 한다. 아니라면 지금처럼 도시농협이 마음에 드는, 혹은 아부하는 농촌농협에 일부 무이자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협법에 따라 자회사에서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명칭사용료)를 도시농협에서도 내도록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 농협중앙회 개혁도 필요하다.

농협중앙회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너무 비대하게 살이 쪘다. 대기업이 된 것이다. 효율화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농협과의 경합도 문제다. 예를 들어 안성농식품물류센터다. 거대한 자본을 투입했지만 농산물 유통에 있어 지역농협과 경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선 적자라고 아우성이다. 경기 남부와 충북 등으로 나눠 지역농협이 직접 협의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또한 계통구매를 거치지 않는 게 없다. 직접 사면 더 저렴하다. 시장 교란 방지 목적이라지만 수수료를 너무 많이 뗀다.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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