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뭣이 중헌디!

  • 입력 2019.10.13 18:00
  • 기자명 심문희(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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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옆 동네 여수에 있는 남해화학은 농협의 자회사이다. 농민들이 사용하는 비료의 50%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라고 한다. 바로 그곳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60명을 10월 1일자로 일방적 해고통보를 했다. 비료가격을 낮게 책정해 농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일까?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섞인 비료로 하는 농사가 참도 잘되것다 싶다. 금동댁 손자가 해고를 당했다. 큰 회사에 취직했다며 자랑하던 손주였다.

온 가족이 작은 땅덩어리에 매달려 농사를 짓다 보니 그녀의 논밭은 정갈하기만 하다. 밥티를 주어먹을 정도라는 말을 할 정도다. 아들 손자 잘되기만을 바라며 눈뜨면 논밭에 나가 호미질로 하루를 보내는 그녀 또한 아프지 않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참깨 농사는 쭉정이 농사, 벼농사는… 죽어라 죽어라. 하나도 건질 것이 없구만….”

말을 잇지 못하고 코만 훌쩍훌쩍 거린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누워있는 나락 모가지에서는 벌써부터 싹이 나오고 있다. 지난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 왔을 그녀가 닭똥 같은 눈물에 꺼이꺼이 소리 내며 목 놓아 울기 시작한다. 쓰러진 벼에 달라붙어 남아있던 알곡을 훔쳐 먹던 참새 떼들이 놀라 일제히 하늘을 향해 떠오른다.

추수기를 눈앞에 둔 가을 초입부터 시작한 태풍이 벌써 세 개째다. 지구온난화가 물 수온을 높여 태풍이 많아지고 있다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하지 않고 쉼 없이 농사를 지으며 산소를 만들어 내던 농민들이 정작 그 피해에 고스란히 당사자가 돼버렸으니 곡소리가 사방천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노래가 되어 울려 퍼진다.

집권 3년차 정부 예산 규모를 9%이상 증액하면서도 농업 예산은 삭감안을 내놓고 농민들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겨우 1% 증액을 했다. 쌀 목표가격은 해가 넘도록 정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날개 없이 추락하는 채소값에 넋 놓고 바라만보고 있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 때면 정신없이 가격안정 대책을 세우는 모습과는 정반대이다. 농산물 가격에는 소비자만 있지 생산자인 농민은 없는 것일까?

미국은 우리나라에 농업에서 WTO 개도국 지위를 내놓으라 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거기에 맞춰 지위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여기저기에서 내놓고 있다. 아니 우리나라가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라고? 이미 선진국 아니었어? 그럴싸한 표현을 써가며 개도국이 이미 아니라며 깨방정을 부리고 있다. 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 꼴찌인 나라의 이야기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이든 식량생산이든 농민이 농촌에서 농사를 지어야 생겨나는 일이지만 자꾸만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부채질하는 온갖 일들이 일어나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싶다. 농업을 포기하고 선진국에 들어간들 그게 무슨 자랑이냐 싶다. 오랜만에 해 떴다. 묵은 때 곰팡이들 다 죽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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