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태풍피해 지원 장치 반드시 필요하다

  • 입력 2019.10.1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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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으로 많은 지역이 고통 받고 있다. 지난달 6일 한반도를 강타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제17호 태풍 ‘타파’에 이어 지난 2일부터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온 제18호 태풍 ‘미탁’까지 피해에 피해를 더하며 농촌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강원, 경북, 전남, 전북, 경남, 제주 등의 지역에서 폭우로 하천이 넘치고 수많은 논과 밭이 침수됐다. 가을에 오는 태풍이 농작물에 미치는 피해는 더욱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은 더욱 그러했다. 많은 비와 강풍으로 수확을 앞둔 나락이 쓰러졌고 비닐하우스, 트럭, 농기계까지 물에 잠겨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농민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쓰러진 벼를 세웠지만 며칠 만에 또 다시 몰려온 태풍으로 그 또한 헛수고가 돼 버렸다. 수확기를 앞두고 태풍으로 쓰러져 젖어 버린 나락은 수발아와 흑·백수 등의 피해가 발생돼 올해 신곡 생산량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사과, 배 등의 과수농가도 태풍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 태풍으로 땅에 떨어지고 멍들고 다쳐 버린 사과, 배 등은 수확량이 크게 감소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재해가 발생될 때마다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빚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

전남 해남의 경우에는 가을배추 재배지 대부분이 침수되거나 습해를 입어 시들었다. 작년에는 가격폭락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배추농가들이 이번에는 태풍으로 피해를 입게 됐다. 2년 연속 이어진 피해는 해남지역 농민들의 생계마저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한 달 사이에 잇따라 불어온 태풍 3개는 농민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가 버렸다. 태풍 소식이 있는 날이면 농민들은 밤새 기상정보를 보며 가슴을 졸이며 밤을 지샌다. 수확할 날만을 고대하던 농민들은 쓰러지고 병든 나락,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 땅에 뿌리조차 안착시키지 못한 배추를 보면서 내년에는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시름하게 된다. 농민들이 느낀 아픔과 고통은 누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작년과 같이 대풍으로 가격이 폭락하면 농민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재해로 제대로 수확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농민은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농업생산은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태풍이 발생하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을지라도 피해를 입어 고통 받는 농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장치는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런 제도적 장치로 농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농업정책에서는 그러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태풍으로 입은 농작물 피해를 재해보험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농민들은 어떠한 것에도 기댈 수 없는 실정이다. 제한돼 있는 대상품목, 까다로운 지급조건, 재해를 겪을 때마다 올라가는 보험료는 여전히 농민들에게 장벽이다. 태풍이 삶의 터전을 휩쓸고 간 뒤 믿을 수 있는 것이 재해보험만 되어서는, 정부의 역할이 보험이라는 장치 뒤에 숨어버려서도 안 된다. 태풍피해로 고통 받는 농민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복구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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