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83] 함께 해요 우리

  • 입력 2019.10.13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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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속초·양양 학교급식사업단 단장과 총무로부터 급히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겠다며 지금 낙산 카페에서 뵙자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나는 늘 새가슴이 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같이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 가끔 만나곤 한다. 이럴 땐 꼭 양양시민사회통합위원회 이모 위원장님께도 연락을 드려 함께 만나곤 한다. 그분은 양양군 담당자들을 설득해 주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고마운 분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소위 번개팅이다. 도회에 살 때처럼 미리 서로 일정을 조율해 만날 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만남은 번개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전부터 속초·양양 두 지역의 공동 학교급식은 주로 개인사업자나 축협이 담당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두 지역 농민 생산자, 영양사 선생님, 조리사, 학부모 등 민간부문에서 힘을 합해 아이들에게 지역의 안전하고 좋은 농산물을 직접 공급하고 지역 농민들의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을 직접 담당해보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농민 생산자의 조직화와 협조가 필요하다. 속초ㆍ양양 지역의 뜻있는 농민 생산자들은 공동으로 학교급식사업단을 구성했다. 사업단은 사업취지와 역할을 홍보함은 물론, 농산물 수집과 분배역할까지도 감당하며 농촌현장에서 뛰고 있다. 그밖에 중고 냉장차를 임대해 운영하고 표고버섯 1킬로그램이라도 학교에서 필요하다면 직접 배달해 주는 등 온갖 수고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이 조금씩 알려지자 강원도 차원에서 속초·양양지역에 광역학교급식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양양군에서 부지를 제공하면 사업비의 70%를 도비로 지원하고 30%는 속초시와 양양군이 분담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됐다.

문제는 속초시와 양양군 공무원 간 약간의 이견이 존재하고 있었다. 속초시는 두 지역 공동의 급식센터 설립을 위해서 속초시의 숙원 과제인 양양과 속초를 연결하는 지방도로 신설문제와 연계하여 논의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양양군에서는 급식센터와 도로문제를 연계하여 논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여서 속초와 양양의 공동급식사업은 좌초위기에 빠지게 됐다. 속초시는 학생수가 많고 양양군은 농산물이 많으니 두 지역이 공동으로 급식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두 지역 농민들과 시민사회는 이미 합의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두 지역의 관공서 담당자들은 의견이 다른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오늘 낙산카페 번개팅의 목적이다. 결론은 양양군과 속초시 담당자들이 서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한발씩 양보하여 두 지역 공동의 속초·양양급식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도로문제는 이와 별개사안으로 분리해 논의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양측에 제시하기로 했다. 양양군은 이 안에 동의했고 속초시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기로 약속했다. 이제 속초시에서도 이 중재안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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