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31만4,982명.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농가인구 수다. 2017년 대비 10만명 이상 줄었다. 1년에 10만명씩 농민이 줄어드는 이 추세가 계속 된다고 치자. 이대로 가면 대략 2031년경에 농가인구 100만명 선이 무너지며, 2041년경 대한민국 농민 수는 ‘0’이 된다.
곳곳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는 정부도 공인했다.「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제3조 9호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으로서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 보전 △농촌사회의 전통과 문화 보전 등을 든다.
이 법대로라면 농민은 국민 먹거리를 만들 뿐 아니라 환경보호 활동도 하며 무형문화재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익적 기능’의 주체인 농민들은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비국민’ 취급당하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서 농업분야는 완벽히 뒷전이다. 지금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건,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농가 피해가 크건 오직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농업분야를 다룰 뿐이다. 사실상 방치된 농촌에선 점차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누군가는 농사현장을 떠나거나 도시로 떠나고, 고령 농민들은 쓸쓸히 한두 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농민수당 운동은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농민의 삶이 갈갈이 찢겨지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전농)이 2015년부터 농민수당 논의를 시작한 이래,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본격적으로 농민수당 의제가 떠올랐다.
현재 농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조례제정 운동을 벌이며 농민수당 확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 전북 고창군, 경북 봉화군 등지에서 농민수당 범주에 들어가는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지역화폐를 발급해 지역상권을 살리려는 노력도 병행된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부랴부랴 농민수당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농민들이 제시한 농민수당 조례안을 무시하고 내용을 바꿔치기한 ‘유사조례’를 만들어 농민들을 기만하려는 행태가 각지에서 나타나, 농민들이 추진하는 직접민주주의에 제동을 거는 상황이다.
정부가 농민수당을 시혜적 관점, 또는 복지정책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강광석 전농 정책위원장은 “농민수당은 기존 농가소득 보전정책이나 기본소득제와는 다르다”며 “농민이 수행하는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책이자, 그 기능을 수행하는 농민에게 자긍심과 책임감을 불어넣는 정책이 농민수당 제도다. 정부의 농민수당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민수당 실현을 위해선 농업예산에 대한 관점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농업예산은 규모화 중심 농정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짜여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소농들은 소외되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기능 수행을 위해 노력하는 231만4,982명,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는 모든 농민에게 보상으로서 주어져야 한다.
이번 호 <한국농정>은 최근 농민수당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쟁점, 그리고 농민수당 제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열띤 논의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