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 강화 방안

  • 입력 2019.10.13 18:00
  • 기자명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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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 농민이 배추가격 폭락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4명이나 되는 농민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7월 4일 배추 10kg 가락시장 경매가격은 상품(上品)이 최저 4,500원, 최고 5,500원, 평균 5,029원이었다. 전년 동월동일의 평균 가격은 4,630원이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배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4일 가격을 살펴보면, 최저 1만5,700원, 최고 2만4,000원, 평균 1만9,619원의 시세를 보였다. 태풍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4배 가까이(평균가 기준, 최고가는 약 4.4배) 급등한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농민들을 생의 기로에 서게 만들어야 하는 건가. 언제까지 경매가격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할 것인가.

문제는 가락시장 경매가격이 공공시장 공급가격뿐 아니라 전국에 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공공조달체계의 가격산정은 합리적인 과정으로 이뤄진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경우 공급업체, 영양(교)사 대표, 학교급식 가격전문가, 서울시, 센터 등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가격심의위원회에서 매월 가격을 심의한다. 일반농산물은 예상 공급가를 4구간으로 나누어 각각 산출한 후, 4가지를 평균한 가격을 최종 예상 공급가격으로 정한다.

지난 5월 예상 공급가격을 예로 들면, 예상 공급가격1은 예상 경매가(전전월(3월) 하순 경매가×5개년 평균 등락률)+상품화비용, 예상 공급가격2는 전년 동월(2018년 5월) 센터공급가×전년대비 경매가 변동률, 예상 공급가격3은 전월(4월) 센터공급가×가락시장 5개년 평균 경매가 등락률, 예상 공급가격4는 센터공급가 4개년 평균(2015~2018년 기준월(5월) 센터공급가 평균)이다. 기초가격(최종 예상 공급가, 업체 최저 견적가, 친환경농산물의 95% 중 최저가격) 및 상한가(예상 공급가격1~4 중 최고가격)를 기준으로 업체와 협상을 통해 공급가격이 결정된다.

같은 농산물인데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결정된다면 소비자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이다. 일반시장과 공공시장, 품목과 물량, 예상된 수요에 따른 공급 등 그 특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도매시장의 경매방식보다는 친환경유통센터의 가격결정 방법이 더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락시장 농산물 가격은 전국 농산물 가격에 연동돼 생산자의 생계와 소비자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급등락 없는 가격 안정성이 요구된다. 국민 식탁에 자주 오르는 국민채소의 경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격 안정화는 공정한 경쟁체계 도입으로 가능하다. 가락시장에 출하자-도매법인-중도매인-구매자로 이어지는 4단계 유통구조 외에 출하자-시장도매인-구매자, 3단계인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하여 도매시장 내 경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4단계에 맞는 농산물, 3단계에 적합한 친환경농산물 등 품목에 적합하게 거래제도가 운영된다면 생산자의 출하 선택권 보장은 물론, 유통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고, 구매자의 다양한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여 정시·정가·정품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생산자는 계약재배로 안정적인 출하가 가능해지고,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값싸게 구매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공공출자법인 설립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새로운 공공유통의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친환경농산물 경로별 유통비율을 보면, 생산자가 직접 생협으로 유통하는 비율(8.1%)보다 작지만,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비율은 4.1%이다. 도매시장에서 대형유통업체(1.0%)로, 생협(0.6%)으로, 친환경전문점(1.0%)으로, 학교급식(1.4%)으로 유통된다. 학교급식 유통비율은 공공조달체계가 확대(2019년 현재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지원센터는 13개)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친환경농산물 유통에 도매시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므로 공영도매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생산자단체와 공공부문이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거래제도 추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먹거리 소비자·(도시)농업·농촌·농민관련 단체들이 입주해서 과잉 농산물·가격 폭락 등의 현안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관련단체 전용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각 지역의 공공조달체계와 생산조정제가 연계되어 생산지 농업 문제와 소비지 먹거리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결되는 공영도매시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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