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동지여! 일상의 충돌을 두려워 말자

  • 입력 2019.10.06 19:23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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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명절의 부산함과 가을의 풍요가 지나간 뒤에 또다시 바빠지는 계절, 가을이다. 계절의 변화는 비를 앞세우고 온다고 한다. 계절의 변화가 자연과 자연의 충돌을 통해 이루어지듯 인간의 변화는 어떤 충돌을 통해 이루어질까?

추석 명절을 앞두고 모인 작은 모임에서 넌지시 농담처럼 “추석 때 우리 여자들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도 갖고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버렸다. 지친 사람들이 모여 피로를 풀면서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지 아니한가!

추석 명절 내내 음식과 사람을 돌봐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에서 잠깐이라도 해방되어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 어찌 우여곡절을 겪고 여자들 몇이 모여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하니, 우리 같은 여자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농촌에서는 참 좋은 제도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농번기 공동급식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못마땅한 게 급식을 책임지는 사람은 오로지 여성이다. 여성이 가사일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공동급식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어찌 여성들만 해야 하는가! 물론, 고령화된 농촌에서 남성 어르신이 함께 밥을 준비한다는 게 힘든 것은 안다.

그러나 무엇인가 변화를 원한다면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야만 변하기 때문이다. 귀찮다고 시끄럽다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평생 여성농민의 몫이 되고 만다. 함께 먹는 식탁! 함께 준비하는 생각의 변화부터 갖길 바란다.

농민운동이 대체 무엇인가! 여성농민운동은 또 무엇이고! 대체 무슨 변화를 요구하는 것인지 생활로 들어가면 차이점을 느낄 수가 없다. 여성농민운동이 농민운동을 보조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농민 스스로 자주적인 삶을 살기 위함이 아닌가! 그 길에 반드시 성평등, 더 나아가 모든 이들의 평화와 평등, 행복을 위한 변화의 투쟁에 나선 것이 아니던가!

자신이 바라는 세상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바란다면 바라는 만큼 싸워라! 불평등하고 봉건적인 자신과의 충돌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나의 행복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두지 말자! 나의 행복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 누구 뒤에서 누구를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말자! 나를 위해서 내가 우선하는 삶이어야 한다.

그런 여성농민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분명 농촌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평화와 행복을 위한 비 맞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빗속으로 들어가 행복한 춤을 추어보자!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한다. 그렇게 스며들자! 여성농민들이여! 그리고 남성농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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