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관리 간척지의 미래지향적 이용 방향

안중식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처장

  • 입력 2019.10.06 18:00
  • 기자명 안중식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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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처장
안중식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처장

 

국가의 토지 관리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당장의 수요보다는 다가올 환경 변화와 미래 세대의 토지 이용을 미리 예측하고 반영하여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는 한번 훼손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나면 다시 복구하기 매우 어려운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때 우리나라는 간척사업 등을 통해 농지를 확보하고 주곡인 쌀을 자급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인 시절이 있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비교적 간척이 용이한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간척사업을 시행하며 논농사 기반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농지조성, 물 관리, 내염성 벼 품종 육종, 간척지 벼 재배 등 우리나라 간척 관련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의 결과로 나타난 쌀 공급 증가와 국민 식생활 변화에 따른 쌀 수요 감소가 맞물리며 막상 2000년대 초 주곡인 쌀 자급을 이뤄내자 상황은 변했다. 계획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간척사업의 주된 목적이었던 농지 확보가 더 이상 주요 정책 목표에서 제외되는 농업환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국가 간척지는 조성이 완료되면 사업에 투입한 원가를 기준으로 농민이나 간척지 개발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매각해 농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하지만, 최근 쌀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현재 시행중이거나 근래에 준공된 간척지의 경우 매각하지 않고 국가가 관리하는 임대정책으로 전환하여 시행중이다. 현재 국가가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관리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간척지는 3만ha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간척의 역사가 깊은 네덜란드의 경우 간척지를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당장의 토지 수요에 따라 간척지를 타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하여 타용도 개발을 유보하고 토지의 형상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에 「농(어)업적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간척지법)」을 제정하여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관리 간척지 이용의 기틀을 마련했다. 간척지법은 식량자급률 제고, 간척 피해 농어업인 보호, 간척지의 농업적 이용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시행 등 간척지의 농(어)업적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간척지법을 기본으로 하여 미래지향적인 간척지 이용 방향을 설정하고 토지 이용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반영하여 개발하는 바람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지난 8월 29일 ‘간척지의 농어업적 이용 종합계획’이 고시되었다.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간척지의 농어업적 이용에 관한 기본계획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작물 재배, 토지 이용 다양화 등 간척지의 활용도 제고를 통해 미래복합 영농 성장산업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고소득 수출용 작물을 생산하거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을 재배하는 농수산식품 단지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마지막으로 토지 공급방식을 다양화하고 기존 농민과의 갈등 관리를 통해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상생 농촌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최초로 고시된 간척지 이용 계획은 농업과 농민 중심이어서 잘된 계획이자 의미 있는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급변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간척지를 미래지향적으로 활용하겠다는 확고한 기조 하에,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유연함도 요구된다. 간척지를 제대로 잘 관리하여 앞으로 국가 발전에도 기여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터전이 되는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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