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기 업체, 농민에 사기 행각 ‘들통’

할인 판매·정부 보조사업 내세워 입금 유도
피해 농민 “소송 중이나 피해 구제 난망” 호소

  • 입력 2019.10.06 18:00
  • 수정 2019.10.06 19:5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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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경남 김해 소재의 선별기 업체 ‘두성사’가 특별 할인 및 정부 보조 등을 앞세워 계약한 뒤 선금만 받아 챙겨 잠적하는 방식의 사기를 벌인 것으로 밝혀져 농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만 20건 남짓이며, 대부분 돈을 입금한 뒤 기계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앞선 사례 이외에도 기존의 선별기를 새 것으로 바꿔줄 테니 차액을 입금하라는 등 다양한 수법을 벌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북 김천에서 자두를 재배하는 농민 A씨는 지난 7월 초 인근 농가에서 사용 중인 선별기를 보고 해당 업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꽤 오래 전이긴 하나 자두작목반에 선별기 50대를 납품했단 얘기를 들었고 인터넷 사이트에도 특허증이 나와 있어 믿을 만한 업체라고 생각했다”며 “업체 대표라는 정씨가 할인 기간이 지났음에도 40만원을 깎아 준다고 했다. 어차피 사려고 했던 기계였고 돈을 넣어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기에 불러준 계좌번호로 320만원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는 이후 7월 9일경 정부 보조사업을 언급하며 A씨에게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A씨에 따르면 정씨는 다른 계좌에 기계 값 360만원을 입금하면 기존 320만원을 환불해준 뒤 보조금이 들어오는 대로 나머지를 돌려주겠다고 설명했다. 기계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A씨는 360만원을 추가로 입금했고, 정씨에게 ‘튼튼하게 잘 만들어 달라’는 당부의 말까지 남겼다.

이후 기계를 가져다주겠다던 7월 20일이 훌쩍 지났고, 정씨는 직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 생산에 차질이 있다는 둥 기일을 차일피일 미루며 핑계와 변명을 일삼았다. 8월부턴 정씨와의 연락까지 두절됐고, A씨는 결국 김해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현재 해당 건은 사기 혐의가 인정돼 구속 기소 의견으로 창원지방검찰청에 송치된 상태다.

하지만 농민 개개인이 필요에 의해 업체와 연락을 취하고 여전히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유사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일례로 김천의 농민 B씨는 두성사에서 선별기를 구매하려던 찰나, 업체 측이 내년에 서류를 만들어 정부 보조로 기계 값의 절반을 환급해주겠다는 얘기를 먼저 꺼냈다는 점에 이상함을 느껴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B씨는 “지자체 보조사업의 경우 농기계 종류와 관계없이 순번이 돌아와야만 신청할 수 있는 실정인데 정씨가 아는 사람이 있어 1대 정도 끼워줄 수 있단 식으로 운을 뗐다. 주변에 얘기했더니 이 말에 속아 사기 당했다는 사람을 소개해줬다”며 “농민들 입장에선 당장 입금하지 않으면 5년에 한 번 돌아올까 싶은 기회를 놓치겠단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B씨는 “보조사업을 미끼삼지 않더라도 농기계를 구입할 때 선금을 내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별 의심 없이 입금을 하고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사기를 치려고 달려들면 농민들로썬 그런 업체를 피할 방도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해당 업체는 현재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업체 측은 “사기 건의 경우 전 대표 정씨가 사칭해 벌인 일로 알고 있다. 현재 사장은 손모씨며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선금을 받지 않고 기계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계약한다”고 전했다.

A씨는 현재 사건이 검찰로 이관됐음에도 피해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정씨의 통장을 압류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A씨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다. 더 이상 나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농자재 구매와 관련한 사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과 더불어 농민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전담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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