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정가·수의매매는 안돼”

출하자에게 꼭 필요하지만
경쟁체제 구축이 선행돼야

  • 입력 2019.10.0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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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에 배추를 출하하는 산지유통인들이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가·수의매매 자체는 필요하지만 그것을 형식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가·수의매매는 도매법인이 출하자와 구매자(중도매인) 가격을 조정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상대매매의 한 형태다. 경매의 들쭉날쭉한 경락가, 수동적 가격결정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거래방식이며, 품목이 한정된 상장예외거래나 도입 자체가 난항인 시장도매인제에 비해 운신의 폭이 크다.

하지만 정가·수의매매는 도매법인의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요구해 대부분 활성화되지 못했고, 일부는 기록상장 등 편법운영을 통해 단순 실적쌓기 수단으로 변질돼 있다. 배추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중단하긴 했지만, 경매에 출하된 물량 일부를 가지고 경매 시작 직전에 정가·수의거래를 하는 행태가 최근까지 만연했다.

배추 정가·수의매매를 해봤다는 산지유통인 A씨는 “정가·수의매매는 사전에 산지와의 의견조율을 통해 가격 등을 협상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경매 시작 30분 전에 경매장에 들어온 물건 중에 중도매인들에게 문자로 가격을 받아 출하자에게 거래를 하겠느냐고 묻는다. 경매와 다를 게 뭔가”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유통인 B씨는 “10시 30분에 정가·수의매매를 한 중도매인은 11시 경매에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그 사람이 정한 가격이 그날 경매의 상한가가 돼버린다. 정가·수의매매 실적을 보면 당연히 항상 경매보다 가격이 우수하겠지만, 실제론 절대 있어선 안되고 해선 안되는 일이다”라고 분개했다.

다만 산지유통인들은 정가·수의매매 자체의 필요성은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현행 경매제의 폐단을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만큼 경매제의 대안을 오히려 앞장서서 요구하고 있는 입장이다.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비대위원장은 “정가·수의매매는 세계적 추세를 떠나 우리 출하자에게 꼭 필요한, 장점이 많은 제도다. 다만 현재로선 아무 준비가 안돼 출하자들을 다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며 “향후 시장도매인제 도입이나 상장예외 확대 등을 통해 정가·수의매매와 경쟁을 시키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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