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미협상과 농업협력 위한 전략적 접근

  • 입력 2019.10.06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개시된다. 이번 협상의 결과에 따라 남북 간에도 교류협력이 어떻게 재개될지 가늠된다. 남북농업협력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의 추이에 국민의 기대가 쏠린다. 전략적 구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작 북미 양측은 ‘예비접촉’이란 형식을 따로 둬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긴 했다. 여전히 상호 불신감을 감추지 않은 모양새다. 본 협상을 염두에 둔 샅바싸움일 수 있겠다. 북미 양측 모두가 이번엔 ‘협상의 시한’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 이전과 다른 상황에 놓인 셈이다.

올 연말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북미는 한시적으로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미국은 다음 협상을 미국대선 일정 이후로 미루게 된다. 북한 역시 올 연말까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상당 기간 동안 회담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

이번 북미 협상에 양측 전담팀이 새로 구성됐다. 또 비핵화 협상에서 ‘입구’와 ‘출구’를 따로 설정하려는 움직임이다. 일괄타결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한 셈이다. 비핵화 협상의 ‘입구’ 단계에서 양측이 합의할 원칙과 보상체계를 터놓고 얘기하려는 의중일 것이다. 올 연말까지라는 ‘협상의 시한’은 역설적으로 북미 양측의 이해를 맞추게 한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제시하고 미국은 북한의 체제보장과 함께 대북제재의 완화를 약속함으로써, 양측이 비핵화협상의 ‘입구’로 들어서는 것이 현실적 합의로 점쳐진다. 이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 대해 남북협력의 물꼬가 트이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 간의 교류협력이 되살아나는 일이며, 농업협력도 이들 접경지역에서 재개되는 셈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비핵화 협상이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손꼽을 만한 모범적 국제협약이란 것도 딱히 없다. 북미협상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한편의 우려가 여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북미협상에서 남북협력이 재개될 여지가 생긴다면 우리는 이 불씨를 적극 살려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농업협력에 있어서도 이런 국면과 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개성 또는 금강산 지역에서 농업협력이 전략적으로 재개된다면 이는 북한의 경제특구와 연계하는 협력모형여야 한다. 북한농업의 구조개선을 이끌면서 경제개발구를 촉진하는 협력성과를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DMZ와 접경지역의 특성을 살린 농업협력모형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남북농업협력에 대한 비전을 담은 선도적 협력모형을 이곳에 시범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한 인도적 지원과 농업개발협력, 그리고 경제협력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선도적 패키지 협력모형’을 제시한 적이 있다. 향후 남북인프라 협력에서 농업협력이 병행될 가능성은 높다.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서 재개될 농업협력은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하는 협력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통해 우리는 남북 공동방역의 필요성을 절실히 경험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도 향후 남북의 공동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주요 작목의 안정적인 수급관리에도 남북의 공동노력은 유용하다. 북미협상 재개를 앞두고 우리는 농업협력을 재개할 전략적 접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