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축협 조합장을 만나다⑥] 선재식 전북 순창농협 조합장

“더디 가도 농민조합원과 머리 맞대야”
경제사업 활성화에 사활 … “직원들, 협동조합 운동가로 거듭나야”

  • 입력 2019.10.06 18:00
  • 수정 2019.10.06 19:42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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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농축협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농협중앙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조합장들을 만나 격주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지난 3월 조합장선거에서 첫 소임을 달성했다는 선재식(59) 순창농협 조합장. 그가 얘기한 소임은 돈 선거를 안 하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첫 도전에 이은 2015년 선거에서 아쉽게 낙선의 고배를 마신 선 조합장은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농촌 곳곳을 발로 뛰었다. 몸은 고됐지만 그의 진정성이 통했고, 결국 48% 득표로 당선되며 돈 선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1979년 순창농협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며 농협과 인연을 맺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전국협동조합노조의 전신인 전국농협노조 3기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가 당시 노조 위원장에 나선 이유는 농협중앙회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지역농협의 현실과 연임만 관심 있는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비민주적 운영에 있다.

위원장이 된 그는 공과금 납부 처리에 대한 부당한 벌과금과 여직원 근무복 가격 폭리 등 농협중앙회의 잘못된 행태에 맞섰다. 홍콩 WTO 각료회의 저지 투쟁에도 노조에서 많은 인원이 갔고, “이대로는 못살겠다”며 농민 총파업을 선언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투쟁에도 적극 연대했다. 농협중앙회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노조 위원장이었다는 후문이 돌 정도다. 그런 그가 순창농협 조합장이 돼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선 조합장을 만났다.

- 이력이 눈길을 끈다.

조합장들의 관심이 자신의 재선에 가 있었다. 농민들의 환심을 사느라 바빴고, 자신의 선거를 돕지 않거나 미운털이 박힌 직원은 불합리한 인사발령에 시달려야 했다. 직원들이 모은 상조회비로 지역에 인심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1990년대 노조를 만든 건 월급을 더 달라든가, 고용 보장, 복지를 늘려달라는 것보다는 올바른 농협을 만들자는 운동이었다. 노조를 만들면서 파업도 했지만 농민들이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다. 단체협약을 맺을 때도 농민조합원 참관 속에 공개적으로 했고, 농민들도 노조가 있으면 투명한 경영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아래 더 많이 지지해줬다. 그렇게 노조를 만들고, 위원장이 됐다. 그 연장선에서 조합장도 나서게 됐다.

당선 이후엔 집중되는 민원 처리에 정신이 없다. 가장 민원이 많은 게 기름값이다. 당선 이후 순창읍을 둘러싼 시·군보다 1원이라도 싸야 한다고 지시했고, 현재는 읍내 개인업체보다 리터당 100원 이상 싸다. 조합원들도 조합장이 달라지니 이렇게 쉽다며 좋아한다.

또 농협 청년회를 조직해 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려 한다. 이후 지역에서 주류가 될 사람들이며 앞으로 농협은 그들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귀농인들도 기존 농민과 일대일 매칭을 통해 지원하려 한다. 할 일이 많다.

- 경제사업 활성화가 주요 목표라고 들었다.

순창은 고추장이 유명하다. 이전엔 순창농협에서 고추장 전문기능인 할머니와 함께 장류사업을 잘했는데, 일부 관계자들에 의해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되며 사업이 어렵게 됐다. 계속 했다면 지역에서 생산한 고추와 콩, 찹쌀도 수매해 농가소득에도 큰 보탬이 됐을 것이다.

로컬푸드직매장을 곧 개장하지만 순창농협은 경제사업 기반시설이 취약하다. 이전에 공공비축미 산물수매 지정점이던 미곡종합처리장(RPC)도 사들였지만 도정시설을 떼서 팔아버려 지금은 지정점도 취소됐다.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존에 구성된 경제사업특별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경제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들여온 특용작물은 큰돈을 벌 것처럼 해놓고 무너진 게 많다. 행정은 장려만 하지 판로는 신경쓰지 않는다. 순창농협은 농민과 협의해서 선정하고 생산하는 건 열심히 팔아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른바 대박이 난 게 두릅이다. 1년에 한 달 간 출하해서 순창군 전체가 6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가락시장에서도 상인들이 순창 두릅이 최고라고 한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며 설명이 필요 없는 농산물을 주요작물로 추진하려 한다. 예를 들면 찰수수다. 두릅처럼 토종찰수수하면 순창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또한 낙후된 본점과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를 새로 지으며 흩어져 있는 사업소를 한데 묶으려 한다.

- 지역농협이 나아갈 방향은?

농촌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농사짓는 조합원도 급격히 줄 것이다. 농협이 따라오라고만 할 게 아니라 더디 가더라도 농민조합원들과 의논하면서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교과서처럼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다른 한 축에선 나도 직원 출신이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협동조합 운동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 개개인의 능력이 이런 가운데 발현돼야 농민들의 삶과 소득이 나아질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격차다. 도시민의 뿌리는 농촌이다. 이들이 통장을 하나 개설해도 농협으로 간다면 고향에 대한 향수와 애정 때문이다. 그런데 이로 인한 수익이 농촌농협에 전달되지 않는다. 농촌농협이 도시농협 회원이 돼 수익을 배당받거나 도시농협의 수익배분을 의무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농협중앙회 개혁도 필요하다고?

가장 시급한 건 계통구매사업이다. 투명성이 보장될 정도로 개혁돼야 한다. 예를 들어 농협중앙회에서 지역농협이 계통구매로 농약을 더 몰아줘야 협상력이 생긴다고 하는데, 농협중앙회처럼 많은 물량을 취급하는 조직이 대한민국에 또 있나? 자체구매도 묶어 놓은 상태서 농협중앙회가 마진을 남기고 지역농협에 보내면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농산물 판매도 수수료를 통한 수익사업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전국의 농산물이 골고루 판매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가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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