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사과도 폭락 안전지대 끝났다

홍로농가 사상 최악 폭락피해
후속 부사 가격에도 영향 우려
농민들, 특단 대책 수립 촉구

  • 입력 2019.09.2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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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홍로 폭락으로 장수 사과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고 후속 부사 가격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 24일 장수군청 앞에 모인 300여명의 사과농가들이 장수군을 향해 생계유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홍로 폭락으로 장수 사과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고 후속 부사 가격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 24일 장수군청 앞에 모인 300여명의 사과농가들이 장수군을 향해 생계유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북 장수의 농민들이 장수군청 앞에 홍로사과를 적치하고 집회를 열었다. 추석 특화품종인 홍로 가격이 올해처럼 무력하게 무너진 것도, 홍로농가가 집단행동으로 대책 촉구에 나선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홍로는 올해 생산량이 10%가량 늘어난 데다 추석이 빨라 대목에 충분한 물량을 출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판매에 큰 역할을 해온 지역축제들이 태풍으로 취소됐고 잦은 비에 색택과 당도까지 크게 떨어졌다. 이달 초 10kg당 2만원대로 출발했던 도매가격은 추석을 지나 현재 1만5,000원에 버겁게 걸쳐 있다. 생산비(kg당 1,250원)에 출하비를 더하면 손해를 면치 못하는 가격이다.

장수는 전국 홍로 생산량의 70%가 집중된 지역이다. 폭락 피해를 직격으로 받았음은 물론, 추석이 지나고도 3,500톤가량의 홍로가 농가 창고를 떠나지 못했다. 당장의 홍로 피해도 문제지만 홍로 가격과 재고는 곧 출하가 시작될 부사 가격을 떨어뜨리고, 부사 폭락은 또다시 내년산 홍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유례없는 위기에 군내 사과 관련 6개 단체는 지난 18일 비대위를 구성하고 군청 앞 광장에 홍로 6,200박스를 야적, 24일엔 300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출하하지 못하고 쌓여 있는 홍로에 대한 단기대책과 더불어 반복적 가격불안에 대비한 중장기 대책을 함께 요구했다.
농민들은 출하하지 못하고 쌓여 있는 홍로에 대한 단기대책과 더불어 반복적 가격불안에 대비한 중장기 대책을 함께 요구했다.

다행히 최근 장수군은 우체국쇼핑몰과 연계해 4만건의 홍로 택배거래를 완료하고 추가 2만2,000건 접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양천구, 수원시, 강화군 등에서도 장수사과 구매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각 기관·단체들의 기적적인 협조를 통해 농가 보유물량 3,500톤 중 3,000톤을 처리하면서 가장 급한 고비는 넘긴 모습이다.

하지만 폭락은 이미 농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믿었던 홍로도 언제든 폭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농민들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때문에 안일하게 생각했던 홍로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인식이 뜨겁다. 최연수 비대위원장은 집회 대회사에서 “수확해도 생산비·유통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유례없는 폭락이다. 장수군의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며 장수 농민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장수군에 △생산비 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 △수매·가공 등 수급조절을 위한 상시예산 편성 △품질 향상을 위한 노후과원 폐원지원 △APC 활성화 및 운영개선 △현시점 농약 및 상자값 50% 지원 등을 요구했다. 특히 조례와 기금 마련을 통한 제도적 생산비 보장 요구에 목소리가 집중됐다.

76세 고령 농민 송남수씨가 장수 사과 최저가격보장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76세 고령 농민 송남수씨가 장수 사과 최저가격보장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76세 고령 농민 송남수씨는 “쌀에 직불제를 시행하는 건 쌀의 중요성과 비중을 알고 그것을 지키려는 것이고, 가축에 병이 들면 보상을 하는 것도 축산업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장수군의 전략품목인 사과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생산비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농민들의 권리”라고 역설했다.

고승현 장수군농민회장은 “우리는 쌀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다른 농산물도 다 무너진다고 누차 얘기해왔다. 장수에서 으뜸이라는 사과까지 똥값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장수 사과뿐 아니라 모든 농산물 생산비를 조례를 제정해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상에 올라온 김종문 장수군의회 의장과 김성수 장수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민들의 위기의식에 공감하고, 그간 대비에 미흡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군과 의회는 향후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비대위는 장수군의 책임을 촉구하며 군청 앞에 홍로사과 6,200박스를 야적했다. 빨갛게 쌓인 사과 뒤편으로 집회 중인 농민들이 보인다.
비대위는 장수군의 책임을 촉구하며 군청 앞에 홍로사과 6,200박스를 야적했다. 빨갛게 쌓인 사과 뒤편으로 집회 중인 농민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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