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을 방관만 할 것인가

농산물 유통 다변화하려면 가락시장 혁신해야

  • 입력 2019.09.29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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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농산물 유통구조 다변화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는 우리나라 월동채소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제주 농가의 생존권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농민들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통한 공공출자법인 설립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사진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무밭에서 무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모습이다.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농산물 유통구조 다변화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는 우리나라 월동채소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제주 농가의 생존권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농민들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통한 공공출자법인 설립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사진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무밭에서 무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모습이다.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가락농산물도매시장은 농산물 거래의 기준가를 형성하는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이다. 지난 1985년 위탁상의 전횡을 막고자 가락시장 개설과 함께 상장경매제가 도입됐고 경매회사인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유통이 대세로 자리잡게 됐다.

어언 35년이 지난 지금, 농민은 가격 급등락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도박 같은 농사를 짓고 있는데 도매법인은 돈잔치가 한창이다. 도매법인은 농산물 가격의 폭등락과 관계없이 위탁수수료로 꼬박꼬박 이익을 올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가락시장 청과 도매법인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6% 수준이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대주주 자리는 농산물 유통과 관계없는 기업들이 꿰찼다. 한 도매법인은 최근 10년 동안 대주주가 4번이나 교체됐다. 그러는 동안 인수금액은 2010년 270억원에서 올해 771억원까지 치솟았다.

한편에선 산지수집상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농민들은 가격폭락에 밭을 갈아엎고 있다. 무릇 완벽한 제도는 없으며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구태여 34년 전에 만들어진 제도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고창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제주농산물은 우리나라 겨울먹거리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생산량을 올리는데 농민들이 생산비도 못 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농산물 유통구조를 혁신해서 농민들이 유통주권을 확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제주지역에선 생산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공출자법인을 설립해 가락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락시장에 제주농산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판로를 열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시도는 과거 실패만 거듭했던 지역별 유통회사와는 결이 다른 도전이다.

이 구상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가락시장에 도매법인뿐 아니라 시장도매인제도 함께 운영돼야 한다. 이미 가락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는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국회엔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를 개설자가 판단하거나 중앙정부에 요청할 수 있도록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관건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다. 국내 농산물 유통의 상징인 가락시장이 투기성 자본의 먹이감으로 전락했는데도 하루하루 경매가가 춤추며 비상식적인 가격 폭등락이 일상화되고 있는데도 주무부서로서 책임감을 띤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농산물 유통구조 다변화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한 농식품부 사무관은 토론의 기본 맥락에서 벗어난 발언을 하면서 참석한 농민들의 빈축을 받기도 했다. 모쪼록 농식품부의 방관은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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