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농산물 유통 다변화하려면 가락시장 혁신해야
[토론] 농산물 유통 다변화하려면 가락시장 혁신해야
  • 배정은 기자
  • 승인 2019.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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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고광덕 당근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
고광덕 당근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

농민도 가격 결정권 가져야

월동채소나 감귤농사를 짓는 제주농민들은 경매사의 마이크, 경매 전광판만 바라본다. 이것이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느끼는 유통구조다. 제주농산물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경매제도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유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가락시장의 농산물 유통구조와 거래제도에 대해 고민한 것은 가락시장의 가격이 전국 시장에서 기준 가격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지자체·농협·생산자들이 두 가지 혁신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부문에서는 제주농산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잉생산을 해결하고 품질향상을 꾀하는 것이고 유통부문에서는 품목별 생산자단체를 만들어 출하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전국의 시장 흐름에 맞춰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출하조절 기능을 가지려는 것이다. 또 산지에서 1차 가공을 통해 직접 식자재업체, 대형업체와 직거래 하거나 품목단체의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육지 농산물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러 유통채널을 고민하고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출하하는 방법은 일반출하 또는 농협 계약출하가 대부분인데 이 방법은 출하량을 조절할 수 없고 생산자에게 가격 결정권을 주지도 않는다. 규모가 큰 사람들은 시장과의 관계로 지속적인 출하를 하고 인지도도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 가격 결정에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시장도매인제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생산자들이 품목별로 전국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구조로, 농협·행정과 함께 참여하려는 방법이기도 하다. 도 차원에서 농산물유통공사를 설립하거나 또는 농협 제주본부 차원에서 조합공동사업법인 외 시장도매인 법인을 설립하거나 지역농협과 품목별단체가 공동출자해 법인 설립을 통해 직접 참여하는 등 3가지 모델이 있다. 중요한 것은 품목별로 생산자가 출하창구를 하나로 모으고 그 힘을 바탕으로 가락시장에서의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심증식 한국농정신문 편집국장
심증식 한국농정신문 편집국장

시장도매인 산지 참여, 정부 결단 필요

지역에서 농산물 유통구조 다변화를 논의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에서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10년 가까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농식품부에 있다. 농식품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이다. 제주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할 출자법인을 설립하려면 먼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돼야 가능하다.

경매제도가 많이 공정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단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폐단은 비정상적인 자본흐름 구조다. 경매를 주관하는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로부터 위탁받은 농산물을 경매에 부치고 낙찰가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가져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들의 거래물량은 안정 수준을 넘어 매우 풍족한 수준으로 보장되고 있다. 이렇게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해마다 수십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 출하자에 대한 환원에는 인색해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출하장려금은 거래금액의 0.45%다. 농민들은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로 손해를 거듭하는데 도매법인들은 앉은 자리에서 거액의 돈을 쥔다.

일각에서는 시장도매인제를 ‘과거 위탁상으로의 회귀’라며 극단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지식과 정보를 쥔 정보화시대의 농민들은 상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농민과 직접 거래를 원하는 상인들은 서로 조건을 경쟁해야 할 것이고 시장도매인 점포수가 많아질수록 경쟁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산지의 직접적인 시장도매인 참여는 의미가 크다. 산지 참여 시장도매법인은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수익 환원을 극대화해 시장도매인 영업의 기준이 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제주는 국내 월동채소와 감귤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집중 산지로 산지 출자법인 설립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농식품부가 농민들의 입장을 반영해 가락시장에 변화를 가져다주길 바란다.

 

임성찬 시장도매인연합회 부회장
임성찬 시장도매인연합회 부회장

농민들, 시장도매인제 많이 활용해주길

채소류와 과일류의 유통비용률은 많게는 70%, 적게는 50%에 달해 40~45%인 축산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높은 유통비용의 원인은 부패나 감모로 인한 손실률 같은 불가피한 원인도 있지만 분산된 생산과 소비주체, 유통경로간 경쟁부족과 단계별 비효율 등 충분히 개선 가능한 부분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도매법인이 상장수수료 7%를 징수하고 중도매인이 분산과정에서 유통마진으로 10~17%의 마진을 남기면서 최대 24%에 달하는 경매제의 유통비용은 오래 전부터 문제를 도출해왔다. 경매제 중심의 공영도매시장 체제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형마트는 산지 바이어를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섰고 6차산업 융복합 기술이 결합한 지역별 APC는 산지에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는 경매 단계가 없기 때문에 산지로부터 농산물을 받으면 바로 소비자에게 공급이 가능하다.

아울러 투기적 행태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아닌 안정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을 위해서도 시장도매인제가 적격하다. 정부는 경매제에 따른 가격 변동 완화를 위해 정가수의매매제를 도입했지만 본래 취지처럼 사전에 산지 교섭을 통해 정가수의매매가 진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시장도매인들은 농산물을 거래할 때마다 생산자와 연락해 가격 협상을 하고 수급과 출하물량을 조절할 능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홍수출하로 터무니없는 헐값을 받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유통인으로서 농민들이 제값으로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사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사명이다. 경매제 위주의 거래제도를 개선해 시장도매인제 등 다양한 거래제도를 경쟁하도록 해 도매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활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농민들도 시장도매인에 대해 많이 알아보시고 활용해보시길 바란다.

 

홍충효 제주특별자치도 식품원예과장
홍충효 제주특별자치도 식품원예과장

유통 공기업 경영난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방향은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다양한 경로로 제공해 신뢰를 확보하고 생산자에게는 적정하고 안정적인 수취가격을 보장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국내 농산물의 소비는 한정적이어서 공급량 증감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하다. 특히 제주 농산물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생산비·유통비가 높은 구조이지만 도매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도매시장은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농가를 산지유통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한 공공시설이지만 가장 많이 적용되는 경매제도는 농가 수취가를 떠나 물량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매시장이 공공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주 농산물 전문 공공출자법인 설립 취지 전반에 대해 공감하지만 농산물 유통 공기업들의 경영난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민호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사무관
김민호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사무관

공공출자법인 설립, 해결책이라 볼 수 없어

시장유통주체를 추가하는 것이 제주 농산물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보지 않는다. 유통시장 거래제도는 각각의 장단이 있고 공영도매시장이라는 공공적 공간에서 각자 공익적 기능을 많이 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생길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개선하면 된다. 만약 공공출자법인 등 새로운 거래제도를 해보고 싶다면 임성찬 부회장 말대로 강서시장에 먼저 출하해보는 것이 어떤가. 공공출자법인 설립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그 전에 미리 제도를 활용해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겨울철 채소의 60~70%를 차지하는 제주는 독점적 위치에 있는데 생산자들이 물류비를 직접 지불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필요한 사람이 지불하고 사게 만들면 된다. 제주가 큰 목소리 내고 제값 받는 환경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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