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수입축산가공품 판매 … 진정 누굴 위한 것인가

  • 입력 2019.09.29 18:0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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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농협 본사가 위치한 하나로마트 서대문점에서 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제품과 국내산 돈육을 사용하는 목우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협 본사가 위치한 하나로마트 서대문점에서 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제품과 국내산 돈육을 사용하는 목우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협 설립의 근간되는「농업협동조합법」제1조에 따르면 농협은 농민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것이 농협이 지향해야하는 가치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협 정신을 잊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농협의 행태가 곳곳에서 보인다.

농협 하나로마트 식자재매장에서 수입축산가공품을 판매해 지난 2월과 9월 두 차례 축산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다. 현재는 회수한 상태지만 당시 농협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업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식자재매장에서만 판매했기 때문에 큰 문제될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농협 하나로마트 일반 매장에서도 수입완제품이 아닐 뿐 포장만 국내에서 한 수입축산가공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농협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한 하나로마트 서대문점의 경우, 수입산 돈육이 다량 포함된 미국 호멜사의 스팸(국내 제조 씨제이)이 매대 3줄을 차지한 반면 국내산 돈육만 사용하는 목우촌의 뚝심은 1줄에 그쳤다.

농협 경제지주 축산경제부문 관계자는 “일반 마트와 달리 농민과 상생에 앞장서야 할 농협 하나로마트가 국산 축산가공품 판매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입산을 더 팔고 있다. 농업협동조합의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농협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일부 수입가공품 판매를 인정하며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소비자가 많이 찾는 제품을 진열하고 매출을 올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수입가공품을 매장에서 빼야 한다면 팔 것이 없고 다른 경쟁점에 밀린다”며 “농협 하나로마트의 수익이 결국 농협의 지도사업 등을 통해 농민에게 간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내 목우촌 제품 확대에 대해선 계열사라 진열·수수료 등 혜택을 주고 있지만 목우촌 제품은 원가가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농협 목우촌 관계자에 따르면 “농민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수입가공품을 판 수익을 농민에게 환원하는 것보다 농민이 생산한 국내산 제품을 많이 팔아주는 것”이라며 “목우촌 제품이 비싸다는 말은 동의할 수 없으며 오히려 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스팸보다 국내산 냉장육으로 만든 뚝심이 더 저렴하고 안전하다. 목우촌 제품이 대기업의 자금에 밀려 홍보가 부족할 뿐 매대에 많이 진열을 하면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므로 하나로유통에 부탁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덧붙여 아프리카돼지열병(ASF)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돈 농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전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수입축산가공품을 파는 농협의 행태는 말이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직을 위해 수익성을 좇는 농협이 아니라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서 농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우리 축산단체들도 이러한 경우엔 보다 더 강력하고 강도 높은 규탄을 해야 한다. 농협은 가공품이 중요한게 아니라 국내산 외에는 팔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러라고 농민들이 모여 농협을 만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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