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 주민청구 계기로 지방농정 틀 바꾸자

  • 입력 2019.09.2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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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수당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청구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농민단체와 민중당, 민주노총 등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운동본부를 조직해 주민발의 서명운동에 나섰다. 전라남도는 발의 요건의 3배에 가까운 4만3,00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전라북도는 서명 시작 10일 만에 2만9,610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4일 전북도의회에 제출했다. 광주광역시, 충남, 충북, 경남, 제주에서도 농민수당 주민청구 운동이 활발하다.

그런데 전남도의회와 전북도의회에서 주민 청구가 무력화되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의회에 제출된 전남도안, 의원발의안, 주민청구안 등 3가지 안을 통합해 논의하되 농민들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례심의 결과는 도청안 보다 한참 후퇴한 안을 처리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25일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의장을 바꿔가며 기습적으로 도청에서 제출한 안을 처리했다. 주민청구 조례가 의회에 제출돼 다음 달이면 발의될 예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집행부안을 기습 처리하고 만 것이다.

전남·북도의회 모두 농민요구가 아닌 도청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농민수당 조례에서 주민발의안과 도청안의 결정적 차이는 지급액과 지급대상에 있다. 결국 예산문제다. 예산문제로 농민과 도청이 대립하는 것은 농민수당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다. 농민수당을 농정의 근본적 변화로 바라보는 농민들과 선거 때 제기된 농민들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지자체의 시각은 결국 실제 조례 안에서 어긋나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그간 다양한 형태의 직불금과 보조금을 농민에게 지원해 왔지만 농업·농촌·농민을 회생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기존의 직불제를 개편해 공익형직불제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는 직불제 개편을 통해 직불금 예산을 농식품부 예산의 절반까지 늘려야 한다고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농정의 틀을 바꿔서 농민들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시혜도 아니고 정치권의 선심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시대의 요구이자 농민의 절박함이 만든 정책이다. 농민수당도 마찬가지다. 농민을 살리고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농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농업 예산을 늘리고 농민수당을 통해 농민들을 직접 지원하여 농민들이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농민수당 조례 주민청구를 계기로 지방농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농정의 틀을 그대로 두고 부분적으로 예산 조정을 통해 지급하는 농민수당으로는 농민수당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전남·북도의회는 농민수당 조례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농민들의 요구에 부응한 농민수당 조례를 제정해 지역농정의 틀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농촌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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