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인주농협의 노인요양원 도전
‘주목’, 인주농협의 노인요양원 도전
  • 박경철 기자
  • 승인 2019.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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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에서 복지까지 한 걸음 더 … “평생 농사만 지은 농민들 안정적 치유”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전국에서 최초로 지역농협이 노인요양원을 설립해 주목받고 있다. 충남 아산의 인주농협(조합장 조승형)이 그 주인공으로 지난 4월 충청남도 및 지역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주농협요양원’ 준공식을 개최했다.

농협요양원 제1호인만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도 준공식에 참석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당시 “오늘 준공된 요양원은 농협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설치·운영해 농촌지역의 의료복지 향상에 이바지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 농촌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복지 거점 시설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인산 자락에 위치한 인주농협요양원은 1만2,562㎡(3,800평) 부지에 1,730㎡(523평) 규모의 지상 3층 건물을 신축했고, 49명을 수용할 수 있다.

총 사업비는 38억7,211만원으로 부지매입비 7억4,428만원은 인주농협이 부담하고, 건축비 31억2,783만원 중 충남도와 아산시가 각각 8억2,759만원씩을 지원했고, 인주농협이 14억7,264만원을 투입했다.

인주농협요양원은 2016년 충청남도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역혁신모델 구축사업으로, 지역농협이 지역주민과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면, 도와 시군이 이를 지원하는 형식의 사업이다. 인주농협의 투자만으로 쉽지 않은 사업이 충남도와 아산시의 지원, 주민 참여로 가능했던 것이다. 농협 최초의 노인요양원이 문을 열기까지의 과정과 그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17일 인주농협을 찾았다.

인주농협요양원 준공식이 지난 4월 12일 열린 가운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가운데)과 주요 참석자들이 커팅식을 통해 농협이 주도하는 지역복지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인주농협 제공
인주농협요양원 준공식이 지난 4월 12일 열린 가운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가운데)과 주요 참석자들이 커팅식을 통해 농협이 주도하는 지역복지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인주농협 제공

“원로조합원 끝까지 챙긴다”

아산시 인주면에 위치한 인주농협 본점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1970년대 초 건립 당시만 해도 지역의 2층 건물 중 최초였다고 한다. 정형래 인주농협 전무는 “낡은 본점을 새로 지어야 하지만 농가 편의사업과 경제사업에 집중하다보니 고정투자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 전무의 설명은 인주농협이 노인요양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이날 만난 조승형 인주농협 조합장은 사업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조 조합장은 “노인요양원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평생 농사만 지으며 고생했는데 치매에 걸리면 밥을 넣어줘도 씹는 것까지 잊어버린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수익성을 생각했다면 도전하지 못할 사업이지만 앞으로는 농협이 농민조합원과 지역경제, 더 나아가 지역복지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주농협을 세운 지역의 원로 농민조합원들을 끝까지 챙겨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기도 하다. 전국의 1,118개 농협을 일렬로 세울 경우 800~900등 정도로 작은 인주농협이 노인요양원에 도전한 이유다.

주민 참여 속에 미래지향적 복지 구상

사업 추진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건 주민들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2015년 주민이 중심이 된 추진단을 꾸렸고, 추진단은 지역의 단체나 단체장, 인주농협 임원과 대의원, 사업 취지에 동의하는 개인이 가입했다. 이 조직에서 노인요양원이라는 꿈이 영글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애초 주민들이 중심이 된 사업으로 인주농협은 측면 지원을 의도했지만 사업방식으로 고려한 요양병원과 의료사회적협동조합 등이 법, 제도적 한계로 결국 인주농협이 주도하는 노인요양원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일단 준공식까지 마치며 사업은 일단락됐지만 인주농협요양원이 주민들 주도로 추진된 만큼 주민 참여 보장 차원에서 운영위원회에 추진단 구성원이 참여하고 있다.

결국 지역에 필요한 의료시설을 만들어보자는 주민들의 의견과 참여 속에 수익성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지역복지를 구상한 인주농협의 추진력이 노인요양원이라는 지역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탄생시킨 것이다.

지난 17일 찾은 인주농협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간식을 나눠주며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찾은 인주농협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간식을 나눠주며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삶의 터전서 치료·안전 먹거리 강점

농협이 운영하면서 갖는 다양한 강점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무엇보다 자신이 농사를 지어온 터전에서 아픔을 치유한다는 것 자체가 큰 장점이다. 정 전무는 “모든 환경이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비슷하다. 봄이 되면 두엄냄새가 나고 기온과 공기, 불어오는 바람, 느껴지는 햇살이 그렇다”며 “환자들 입장에선 익숙한 환경에서 장기기억이 유지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도시의 꽉 막힌 콘크리트 속 노인요양원과는 기초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지역에 노인요양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농협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원인 만큼 먹거리는 안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모든 재료가 하나로마트를 통해 들여오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지역의 중소농에도 보탬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또한 고용 창출 효과도 있다. 요양보호사와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조리원 등 29명의 직원 중 대부분을 지역에서 채용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 요양보호사와의 언어 소통 어려움 등에 대한 환자 가족의 우려도 불식시켰다.

게다가 노인요양원을 열면서 수익보다는 농민조합원 혜택이나 지역복지에 방점을 찍다보니 민간 운영 노인요양원 과 비교해 회계투명성에서도 철저하다고 한다. 더군다나 충남도와 아산시의 지원을 받은 만큼 더욱 꼼꼼한 운영이 필수다.

향후 치유농업과 치유의 숲 조성

현재 인주농협요양원엔 27명의 환자가 있다. 강봉구 인주농협요양원 시설장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인주를 비롯해 인근 온양, 신창, 둔포 등 지역 주민의 비율이 80% 가량 된다. 이는 요양원이 지역복지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제 막 준공 5개월을 지났지만 환자나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다. 실제로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예고 없이 평가를 나왔지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강 시설장은 “최근 환자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보호자가 와서 부모님이 고향에서 돌아가셨다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겼다”는 후문을 전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인주농협요양원에선 환자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직원들의 모습과 편안한 표정으로 이들을 대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인주농협에서 노인요양원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도전이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향후 인주농협요양원은 본동 앞쪽으로 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조성해 치유농업을 실시하고 본동 뒤쪽으로 편백나무를 심어 치유의 숲을 조성해 지역주민과 나누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53개 농협 견학 ... 보건복지부도 관심

이날 인주농협요양원엔 이헌호 인주면장이 인척의 문병을 왔다. 이 면장은 “농촌에 보면 자식들은 도심에서 직장생활을 하느라 노인들만 사는 곳이 많다. 노인들 돌볼 사람이 사실 없다. 인주농협이 사업 선정을 잘한 것 같다”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병원 가기도 어려운데 지역에 노인요양원이 있음으로서 편안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국의 지역농협에서 인주농협요양원을 예의주시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100여개 농협이 견학을 요청했을 정도다. 준공 이후 농협중앙회의 지원 속에 53개 농협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관심 속에 인주농협은 농협중앙회로부터 5년간 매년 50억원의 무이자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또한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도 고령화에 따라 노인요양원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지원하고 인주농협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원 사례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지역경제의 중심에서 지역복지로 한걸음 더 내디딘 인주농협의 날갯짓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새로운 지역복지의 미래 순탄히 개척되길”

[인터뷰] 조승형 인주농협 조합장

사진 한승호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인주농협요양원 탄생하기까지 산파 역할은 조승형 인주농협 조합장이 맡았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한 사업이지만 인주농협 경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수익성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인주농협요양원이라는 조 조합장의 지역복지를 향한 선택엔 그 배경이 있다.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만큼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철학이 남들과는 조금 달랐던 것이다. 조 조합장은 “수익을 예상할 수 없는 사업이라 정형래 전무 등 임직원의 고생이 많았다. 초기엔 고민도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딱 맞아 떨어지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로 인해 농촌에서 아픈 원로조합원들을 돌볼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익성보다는 지역복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적중한 셈이다.

조 조합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4일 농협중앙회 정례조회에서 자랑스러운 조합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더 중요한 건 지역의 농민조합원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인주농협요양원 운영과 관련 “농협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안전한 국산 농산물을 쓰고, 고춧가루도 지역에서 생산한 걸 쓰기로 약속했다”며 “농협은 수익을 앞세우는 개인보다 정직한 단체로 앞으로 투명한 운영에 더욱 힘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농사만 짓다 고생하신 어르신들이 좋은 환경에서 하루라도 더 살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인주농협요양원을 통해 새로운 지역복지의 미래가 순탄히 개척되길 기원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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