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장관, 김포농장 방문책임 크다

ASF 발생 김포농장 나흘 전 장관 일행 ‘단체’ 방문
농장 코앞까지 관련 공무원·기관·축협·기자 등 장사진
“보여주기 식 탁상행정 … 정신 차리라” 질타 빗발

  • 입력 2019.09.27 12:0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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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일행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현장시찰차 방문한 김포농장에서 나흘 뒤 ASF 확진판정을 받았다. 차단방역의 기본은 외부인의 철저한 출입금지라는 점에서 장관 일행의 이번 현장시찰은 ‘현장 무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질타가 빗발치고 있다.

16일 경기 파주 양돈농장에서 국내 첫 ASF가 발생한 이후 경기·인천의 7곳(26일 오후 6시 현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심증상 신고도 잇따라 언제 또 발생농장이 추가될까 전국은 노심초사 초비상사태다. ASF 발생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발생 농장 모두 소독상태, 잔반급여 등 문제될 사항이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외부접촉 금지, 그 방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현수 장관이 물의를 빚었다. 지난 19일 김포와 포천 등 ASF 현장시찰에 나섰는데 김 장관이 방문했던 김포 통진읍 농장에서 나흘 뒤 ASF가 발생했다. 물론 농장 안까지 장관 일행이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차단방역의 기본조차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김포농장은 장관 방문 하루 전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었다.

장관의 김포·포천 현장시찰 모습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퍼져나갔다. 양돈농장 입구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장관 모습부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등이 확대돼 비춰졌다. 브리핑 이후 장관은 “자기 이외에 아무도 (돼지를) 못 만지도록 해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특별히 전파해 줬으면 좋겠다”고 훈시했다. 이 동영상은 농식품부 정책홍보용으로 제작돼 배포된 촬영물이다.

충남 홍성의 한 양돈농장 관계자는 SNS에 “이 동영상을 보고 농림부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방역의 원칙 중 하나가 농장 접근을 자제하는 것이다. 장관이 몰고 다니는 사람은 신의 아들이라 바이러스가 비켜 가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장관이 한 말도 현장상황에 무지한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홍성 관계자는 “외부인들에게 돼지를 못 만지게 특별히 지도하라니…(중간 생략)농장들에게 천만금을 주고 시켜도 그렇게 안해요”라면서 “탁상의 관료 여러분, 현장은 전쟁터입니다. 자기 스스로 방역 수칙을 어기고, 현장에 부담주는 보여주기, 제발 이러지 마시라”고 쓴소리를 전했다. 이어 ‘정부당국의 무능에 현장의 비웃음이 분노로 바뀌기 전에 제발 정신 차리라’는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농식품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포 ASF 발병농장이 있는 양돈 밀집지역을 장관이 방문했다”라면서 방문농장이 발생농장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누구나 다니는 공개구역 먼발치였던 것으로 안다”며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으로 선을 그었다.

ASF 발생으로 하루아침에 돼지들을 살처분한 김포농장주는 피눈물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지난 26일 김포농장주는 전화로 심경을 전하며 “아는 사람들마다 왜 장관을 오게 했냐면서 다녀가 봐야 좋은 일 하나 없다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고 있다. 18일 검사에서 멀쩡하다고 판정을 받은 돼지들이 장관이 다녀간 뒤 일이 터졌으니 누구라도 그런 말 할 법 하다.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김포농장주는 “김포시에서 내일 장관이 올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댓 명이나 오는 줄 알았다. 다음날 9시반 쯤 나가보니 농장 앞까지 차가 즐비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면서 “그래도 장관한테 반갑다고 악수하며 인사했는데, 소독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주인들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해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농장은 작년에도 구제역 발생농장 반경 3km 안에 들어서 예방적 살처분을 한 상처가 있다. 2010년 구제역 때와 작년 그리고 올해까지 자식 같은 돼지를 3번이나 묻었다. 김포농장주는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 동네에 작년까지 양돈농장이 네 집 있었는데 지금은 딱 두 집 남았다. 이번 사태로 바로 옆 후배농장과 2.5km 떨어진 농장까지 세 집 모두 살처분 했다. 얼마나 미안한지 모르겠다. 장관이 온다고 시골사람이 반가운 마음에 방문을 허락한 뒤에 이런 일이 터져서 속상하다. 관리에 최선을 다했는데, 후회도 되고 억울한 심경을 밝힐 데도 없다”고 긴 한숨만 내쉬었다.

장관은 떠났고 자리를 주선했던 누구하나 얼마나 힘드냐, 안부를 묻는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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