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 달고 맵고 쓰고 짜니 “선선한 바람 부는 가을엔 오미자죠!”

  • 입력 2019.09.22 18:36
  • 수정 2019.09.22 18:38
  • 기자명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렇게 강렬한 가을의 빛깔이 또 있을까. 지난 16일 경북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의 오미자밭에서 한 여성농민이 새빨갛게 잘 익은 오미자를 따고 있다.
이렇게 강렬한 가을의 빛깔이 또 있을까. 지난 16일 경북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의 오미자밭에서 한 여성농민이 새빨갛게 잘 익은 오미자를 따고 있다.
올해 첫 오미자 수확에 나선 이정재(오른쪽)씨와 여성농민이 밝게 웃고 있다.
올해 첫 오미자 수확에 나선 이정재(오른쪽)씨와 여성농민이 밝게 웃고 있다.
이대희씨가 오미자를 수레에 싣고 옮기고 있다.
이대희씨가 오미자를 수레에 싣고 옮기고 있다.
풍구에 오미자를 넣어 이물질을 날리고 있는 모자지간.
풍구에 오미자를 넣어 이물질을 날리고 있는 모자지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이대희(35)씨가 나무에서 갓 딴 오미자 열매를 성큼 내밀었다. “일단 먹어보세요. 정신이 번쩍 날겁니다.” 맛보기 전까진 무슨 말인지 몰랐다. 손바닥에 놓인 울긋불긋한 오미자 열매를 한 번에 입속에 털어 넣고 씹기 시작했다.

강렬한 신맛이 압권이었다. 머리털까지 쭈뼛 서는 느낌에 이어 몸에 따스한 기운이 돈다할까, 장시간 운전에 잠시 흐트러진 정신이 또렷해질 정도였다. 그 맛에 염치불구하고 하나 더 얻어먹었다. 신맛은 여전히 강렬했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오미자 수확이 한창이다. 시고, 달고, 맵고, 쓰고, 짠 다섯 가지의 오묘한 맛을 갖춰 오미자(五味子)라 불리는 그 열매다. 경북 문경시는 전국 오미자 생산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오미자 산업 특구’다.

지난 16일 동로면 적성리의 한 오미자밭을 찾았다. 1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자신보다 훌쩍 큰 오미자나무에서 열매를 따느라 여념이 없었다. 머리 위로 팔을 길게 뻗기도 하고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추기도 했다. 그런 모습의 농민들 옆 바구니마다 오미자가 한 가득씩 쌓여 있었다.

농장주인 이정재(65)씨와 아들 대희씨는 열매가 담긴 바구니를 수레로 옮기고 빈 바구니를 밭 곳곳으로 나르느라 쉴 틈이 없었다. 이 와중에도 이씨 핸드폰이 수시로 울렸다. 주문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밭일로 전화를 길게 하지 못함에 양해를 구하면서도 살뜰히 주문을 챙겼다. 핸드폰을 허리춤에 찔러놓고 한 숨 돌리던 이씨가 말했다.

“올해는 농사가 더 힘들었어요. 지난 5월에 냉해가 있었고 수확 앞두고는 또 서리가 내렸어요. 생산량도 예년보다 줄 것 같아요. 그래도 힘내야죠. 농장 이름도 없지만 가을만 되면 우리 오미자를 찾는 이들이 많거든요. 생과도 있고 엑기스를 찾는 분들도 계세요. 오늘이 올해 첫 수확이라 옆 동네 상주에서 일손도 더 불렀어요.”

오전 내내 수확한 오미자를 집으로 옮겼다. 양지바른 마당에선 남편인 이상희(71)씨가 오미자에 섞인 나뭇잎이나 불순물 등을 걸러내는 선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미 마당 한 편엔 선별된 오미자가 20kg 컨테이너 상자에 담겨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가을볕을 오롯이 머금은 오미자는 한층 더 붉게 빛났다. 오미자 농사만 25년, 남편 이씨가 당부하듯 말했다. “농사 참 열심히 했어요. 곧 축제(20일부터 사흘간 동로면 일원에서 ‘2019 문경오미자축제’가 열렸다)도 있지만 우리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오미자 많이 드셨으면 좋겠네요.”

이상희씨와 이정재씨가 오미자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희씨와 이정재씨가 오미자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