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수입보장보험 가입, ‘로또’ 당첨 수준?

까다로운 자격 요건 … 보험 가입 이력 2년 넘어야

  • 입력 2019.09.2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선착순’ 마감으로 농민들의 반감을 산 농업수입보장보험이 최근엔 가입하기가 ‘로또’ 당첨 수준이라는 말로 묘사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가입 신청을 받은 양파의 경우 지역농협이 문을 열기 전부터 농민들이 줄을 서 기다렸지만 보험에 가입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또 지난해 선착순 가입을 강력히 문제 삼은 전남 무안 역시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수의 농가가 보험에 가입했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도입 5년이 넘었음에도 시범사업으로 운용되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수확량 감소 및 가격 하락을 보전해준다는 측면에서 농작물 재해보험과 구별된다. 현재로선 △콩 △포도 △양파 △마늘 △고구마 △가을감자 △양배추 등 7개 품목을 대상으로 가입 가능하며, 작물별 주산지에서만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올해 농업수입보장보험 예산은 51억원으로, 지난해 51억4,900만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품목별로 배정된 예산은 마늘과 양파·양배추·포도가 각각 6억9,700만원·5,000만원·3,900만원·1,300만원씩 증가했다. 전체 예산은 감소했으나, 가입 수요가 많은 품목에 예산 배정을 늘려 지난해부터 연속적인 가격 하락을 겪고 있는 작물의 보험 가입을 나름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올해 보험가입을 준비한 마늘·양파 재배 농민들은 악화된 실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조금이나마 늘어난 예산에 가입이 가능할 거라 기대했지만 자격요건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농업수입보장보험 시행지침에 따르면, 사업실시 지역에서 보험대상 농작물을 경작하는 농민이라도 과거 5개년 중 2년 이상 농작물재해보험이나 농업수입보장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있어야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해석하면 2년 이상 농지에 같은 작물을 재배하고 보험에 가입했어야만 자격이 갖춰진단 의미다. 관련해 오재협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사무관은 “종전엔 3년의 이력이 필요했지만 올해 초 지침을 개정해 가입 문턱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를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지적했다. 무안의 한 양파 재배 농민은 “지난해엔 예산이 부족해 보험 가입을 선착순으로 한정하더니, 올해엔 현실에 맞지도 않는 보험 자격 요건을 내밀고 있다. 밭작물은 대개 연작 피해 가능성이 있어 한 농지에 같은 작물을 여러 번 이어짓지 않는다.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정부가 현장을 얼마나 모르면 이런 정책을 내놓나 싶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한편 오 사무관은 “자격요건과 관련해 2년 연속 작물을 재배하고 보험에 가입해야 되는 게 아니라 5개년 내에 2년 이상의 이력을 갖고 있으면 된다는 의미다. 농가별 수확량 통계가 확보 돼야 보험금 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시행지침에 해당 요건이 자격으로 명시돼 있는 것이다”라며 “당장 내년은 어렵지만 현장 의견을 수렴해 보다 현실적으로 지침을 개정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