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대책 없이 공익형직불제만 맹신 “답답하다”

박완주 의원, 농업소득보전법 전면개정안 발의
당·정 “올해 안에 법 통과” 예산부수법안 처리 시사
전농 “쌀 수급 대책 부실·생산조정 의무 부과” 비판

  • 입력 2019.09.22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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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공익형직불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임정빈 서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우준 기자
지난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공익형직불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임정빈 서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우준 기자

 

공익형직불제로 전환한다는 문재인정부의 농정개혁이 미완의 대책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올해 안에 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속도전에 농민들은 쌀 변동직불제 폐지 대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며 선 대책을 촉구 중이다.

정부·여당은 올해 안에 공익형직불제 전환을 위한 법안처리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해가 아니면 공익형직불제 전환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말부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 농해수위)에서 관련 법안 개정을 논의했지만 쌀 목표가격 변경과 공익형직불제를 동시에 추진하려는 여당의 계획에 농민단체와 야당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순탄치 않았다.

공전을 거듭하던 공익형직불제 개편 문제는 국회 농해수위에서 지난 1월, 4당 간사들이 모여 쌀 목표가격 20만6,000원 이상, 공익형직불제 예산 2조4,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에서 논의를 시작하자는 데 합의를 이뤘고 최종 결정은 각 당 지도부가 맡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파행이 겹쳐 지도부 논의는 진전이 없었다. 2019년산 수확기가 도래했는데 2018년산에 적용하는 쌀 목표가격이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공익형직불제 논의에 다시 불을 당긴 건 정부가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 중 직불금 예산이 2조2,000억원으로 껑충 뛴 탓이다. 재정당국이 지난 5년간 직불금 평균 지급규모를 근거로 2조원 이상의 예산편성은 절대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8월 고위 당정청 회의 이후 판세가 바뀌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의길 소속 단체들은 공익형직불제 전환에는 동의하지만 변동직불제 폐지를 대신 할 쌀값안정 대책, 직불금부당수령 방지 대책 등 뚜렷한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박완주 의원, 농업소득보전법 전부개정안 발의

공익형직불제 예산이 대폭 늘어나면서 8월 말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해수위 여당, 일부 농민단체들까지 ‘공익형직불제 개편’을 촉구하는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 농해수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완주 의원은 지난 9일「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명칭도「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공익직불제법)」로 바꿔 논밭과 작물 구분 없이 기본형(소농기본직불, 면적비례직불)과 선택형(친환경·경관보전 등)으로 직불금 체계를 개편한다고 명시했다.

공익형직불제 전환을 위해 지난 9일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전부개정안을 발의한  박완주 의원이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우준 기자
공익형직불제 전환을 위해 지난 9일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전부개정안을 발의한 박완주 의원이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우준 기자

 

법안에 따르면 현행 직불금 체계를 △기본형 공익직불제(논·밭 고정직불, 논 변동직불, 밭직불, 조건불리직불)와 선택형 공익직불제(친환경직불, 친환경 축산직불, 경관보전직불)로 분류한다. 특히 △생산조정제 의무 부담이 신설되고 △5년 단위로 공익형직불제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박완주 의원의 공익직불제법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박완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공익직불제법의 부족한 점을 이 자리서 듣겠다”면서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공익형직불제로 개편되면 쌀 변동직불제가 폐지돼 쌀 수급안정대책에 우려가 큰 것을 안다”면서 “쌀 자동시장격리제를 비롯해 여·야 의원들간 충분히 검토했다. 이 정도면 쌀 수급대책은 믿을만하다(는데 뜻을 같이 한다)”고 최근 농해수위 동향을 전했다.

하지만 박완주 의원의 공익직불제법은 쌀 변동직불제 폐지로 시중 쌀값의 지지선이 사라지는 문제를 상쇄할 방안이 없다. 게다가 공익직불제를 받는 농민들에겐 필요시 생산조정제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 붙는다.

쌀값 대책 없고 생산조정 의무까지 추가 ‘논란’

공익직불제법의 가장 큰 문제는 쌀 수급안정 대책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공익형직불제 개편은 사실상 쌀 변동직불제 폐지다”라며 “일본이 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농가단위 소득안정을 위해 수입감소영향완화직불제(발제문 명칭 인용)를 도입한 것에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쌀과 주요 밭작물 4개 품목의 농가 수입 합계가 평년보다 낮으면 차액 90%를 보전하고 있다.

또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자동시장격리제에 대해 임 교수는 “매년 큰 변화를 보이는 국내외 쌀 수급관련 여건과 동향을 감안할 때 자동격리제 시행을 위한 정확한 수급물량 계측, 합리적 발동기준 가격, 적정 격리물량 등 많은 난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회를 참관했던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쌀값안정 대책 없이 공익형직불제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정책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 대책은 보이지 않는데, 전부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해 연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당과 농식품부가 내보이고 있다. 농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강행처리 한다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 보여 왔던 농민무시 처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값보장 대책이 명확하지 않고, 재배면적 조정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법안의 독소 조항”이라면서 “과거에 비해 중소농의 직불금 수령액이 다소 늘어난다지만 그것이 농가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수준이 안 된다. 그런데 정부가 쌀값도 보장하지 않고 거기에 생산조정까지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쌀 대체 작목이 없을 뿐 아니라 고령화·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농촌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맹성토 했다.

공익형직불제 시행 세부과제가 미흡하다는 것 역시 지적사항이다.

발제에 나선 이영근 법률사무소 온마음 대표변호사는 “농업의 공익성을 법안에 명시하는 것은 고무적이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소득안정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우선되고 연계성이 높은지 계속 살펴야 한다”며 “직불제도 개편에 있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공익형직불제 준수의무도 농가들이 수용하고 이행가능한지 논란이 많다.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도 마찬가지다”면서 세부시행 방안별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특히 “쌀 수확기 시장안정장치 제도화에 대한 지적도 많은데, 올해 안에 기본방향을 세우고 내년에 시행한다는 목표로, 9월 말부터 실무적이고 추가적 숙제를 구체화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익형직불제가 현 직불제보다 상향된 정책이라도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방식을 농민들이 반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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