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축협 조합장을 만나다⑤] 소진담 충남 부여농협 조합장

“조합원을 정말 주인처럼”
판매사업은 농협의 꽃 … 중앙회, 농산물 유통 수수료 낮춰야

  • 입력 2019.09.22 18:00
  • 수정 2019.09.22 18:4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농축협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농협중앙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조합장들을 만나 격주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사진 한승호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충남 부여군에서 수박농사를 지으려면 정동리에 가야 한다는 소문이 있다. 1981년 부여로 귀농한 소진담(63) 부여농협 조합장은 벼농사를 짓다 1986년부터 수박농사에 뛰어들었다. 6동의 하우스에서 자재도 없이 대나무를 꽂아가며 시작한 수박농사지만 첫해에 벼농사 3년치 수익을 냈다. 이 소문을 타고 지역에 수박농사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고민한 건 가격이다. 시장에 가보니 자신이 판 가격의 2~3배에 팔리고 있었다. 소 조합장은 이후 정동 1, 2리 합쳐 하우스 700~800동을 작목반으로 묶고 해돋이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당도측정기까지 구입해 품질도 유지했다고 한다. 지금으로 보면 공선출하회(공동선별 공동계산 전속 출하조직)다. 그의 승승장구를 지켜보던 부여농협에서 작목반 회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수박농사를 선도한 그는 유통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조합장을 꿈꿨다. 두 번째 도전인 2015년 선거에서 초선 조합장이 됐고, 지난 3월 선거에서 재선을 이뤄냈다. 그는 “농협 조합장이 겉으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 같지만 빗이 안 들어갈 정도로 무성했던 머리숱이 빠질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부여농협 운영에 대한 소 조합장의 목소리를 통해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가 변해야 할 지점을 확인했다.

- 농가 조직화·유통에 집중했다고?

부여농협의 공선출하회가 하우스 800동 정도다. 10년 전 한 동네 규모로 지금은 5,000동 정도는 돼야 한다. 정부나 농협중앙회는 농가를 규모화·조직화해서 농산물 가격을 상승시키자고 한다. 그런데 농가 참여가 안 되고 있다. 가격이 충족이 안 되고 공선비용이 늘어난 까닭이다.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공익적 가치를 적용한 입법 등으로 공선비용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작황이나 작부체계 조절에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으니 정부가 나서 이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산지 정책을 써야 한다. 공선비용 지원과 체계화된 산지 정책이 농산물 가격 보장에 있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 부여농협 운영에서 주목할 부분은?

당선되고 직원들에게 처음 한 얘기가 소통이다. 또한 투명경영도 중요하게 추진했다.

가장 큰 성과는 원스톱쇼핑이 가능하도록 로컬푸드직매장과 하나로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농자재매장, 주유소 등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제 농기계수리센터와 본점만 오면 된다. 조합원 편익과 부여농협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다.

지역경제의 한 축도 담당한다. 부여군 굿뜨레 브랜드 10품목 중 8개 품목을 부여농협에서 공선을 한다. 수탁은 무료로 해준다. 수탁은 늘고 공선은 줄고 있는 상황으로 경제사업에서 1년에 12~13억원 적자가 난다. 그래도 활성화 해야 한다.

2015년 취임 이후 하우스 염류 집적 등 연작 피해와 관련해 담수사업도 했다. 전국 농협 중 최초일 것이다. 이 사업으로 연작 피해가 줄고 농산물 품질이 좋아졌다. 처음엔 본인 땅은 본인이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설득하며 추진했고, 내년엔 예산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조합장이 되기 전 마을 이장을 18년 동안 했다. 그러면서 근골격계 질환 예방·치료사업을 했는데 호응이 좋아 부여농협에서도 추진했다.

조합장이 되고 농협이 이렇게 보수적인 조직인줄 몰랐다. 어떤 사업에 반대가 있다면 그 분들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끌어안고 가야 한다. 그러면서 변화해온 것이다.

- 지역농협이 나아갈 방향은?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국민과 다투는 정책을 쓰면 나라가 망한다는 뜻의 명언이 있다. 조합원과 다투면 농협도 망한다.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말로만 주인이 아니라, 정말 주인처럼 모시는 게 기본이다.

농촌형농협은 경제사업, 즉 판매사업을 잘해야 한다. 판매사업은 농협의 꽃이다. 조합장들은 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꽃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방침을 세워야 된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농협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천후 역할을 다해야 한다. 부여농협의 경우 농약상담사를 뒀고, 원예상담사 역할까지 한다. 지역농협이 농약판매에 있어 일반업체보다 떨어지는 이유가 전문성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물론 지역농협 형편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확충해야 한다.

도시형농협은 큰 수익과 정체성이 항상 문제다. 농협이라면서 간판을 활용하는데 공평하지 않으니 수익의 일부를 농촌형농협에 돌려야 한다는 얘기가 반복되고 있다. 무이자자금으로 생색낼 게 아니라 합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 농협중앙회가 변해야 할 지점은?

유통에 집중하면서 느낀 게 계통구매 문제다. 농약과 농자재, 하나로마트 물품까지 이런저런 수수료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또 농산물 유통 수수료도 정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안성농식품물류센터로 농산물이 가면 수수료가 5%다. 이전에 다른 지역농협에 직송이 가능했고, 그렇게 하면 수수료가 안 들고, 그 지역농협도 5% 싸게 판매할 수 있다. 다른 지역농협에 직송이 가능토록 열어두고 수수료도 낮춰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