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한의 협동농장, 이에 관한 편견

  • 입력 2019.09.22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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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협동농장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또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까? 협동농장 체계란 본래 소농구조의 농업문제를 극복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태동됐다. 이는 소농구조 하의 농업생산 과정에서 자원의 적절한 배분과 투입요소의 경제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북한의 협동농장 체계는 현재 북한농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협동농장은 북한 농업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기초 행정단위이기도 하다. 북한의 협동농장은 농업생산과 함께 교육 보건 탁아 문화에 관련된 기초 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와 달리 북에는 ‘면 단위’의 행정체계가 없는 대신 협동농장이 이를 대신하는 셈이다.

현재 북한의 협동농장은 3,500개 내외. 기본 경작규모는 350~450ha이며, 농가수는 400여 가구에 달한다. 협동농장 내에는 여러 개의 ‘작업반’이 있으며, 작업반 아래에는 ‘분조’ 단위로 구성된다. 각 협동농장에는 ‘협동농장관리위원회’를 두고 운영한다. 이는 ‘협동농장경영위원회(군)’와 ‘농촌경리위원회(도)’라는 별도의 행정체계로 이어진다. 농업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그들 나름의 방식이라 하겠다.

북한은 1960년 ‘청산리방식’과 1965년 ‘분조관리제’를 거쳐 사회주의 협동농장 체계를 완성했다. 그들은 이를 통해 전후 복구과정에서 농업생산성을 크게 높여 왔다. 이후 1999년 농업법과 2001년 ‘7.1 경제개선조치’를 거쳐 분조관리방식을 개선했다.

김정은 시대를 맞아 북한의 협동농장은 분조관리 하의 ‘포전담당책임제’라는 새로운 개혁조치를 도입했다. 2012년 황해남도 재령군의 협농농장에 4~6명 규모로 축소된 포전담당책임제 시범사업을 시행한 이후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북한의 협동농장 체계는 그들의 표현처럼 ‘기계화’, ‘화학화’, ‘수리화’, ‘전기화’라는 4화의 성공신화를 빠르게 일궜다. 전쟁 이후 2배로 증가한 인구를 부양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농업분야의 특화된 전문가를 키워냈고, 생산기반도 크게 확충했다. 적어도 사회주의 경제권의 몰락과 함께 경제봉쇄, 잇단 자연재해를 당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현재 북한농업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영농기반이 크게 훼손된 상태이다. 유엔(UN)의 제재와 미국의 규제는 농업복구를 더디고 하고 있다. 북한의 농업은 이제 옛 영화를 잃게 됐다. 도리어 지난 20여 년 동안 매우 낙후된 기술체계와 비효율의 온상처럼 비춰지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구소련과 동독, 중국과 베트남에서 협동농장이 무너졌던 사례를 들어 북한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이런 시각의 중심에 협동농장에 대한 편견은 없을까?

최근 우리는 ‘들녘경영체’를 육성하는 농업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들녘경영체’란 논밭이 모여진 들녘을 중심으로 식량작물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경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농가의 조직화를 통해 경작지를 적정규모화(50ha) 하면서 공동영농 방식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려는 방식이다. 토지의 소유형태를 논외로 한다면 북한의 협동농장과 매우 유사한 방식의 협동경영체이다.

어쩌면 국제기구나 우리는 북한의 협동농장 체계에 대해 현재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섣부른 훈수를 두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과연 협동농장은 개혁개방의 대척점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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