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있어 추석은 풍성하다

  • 입력 2019.09.08 18:00
  • 수정 2019.09.08 21:5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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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가을장마 소식에 애태웠던 농민들을 위로하듯 일순간 먹구름이 걷히며 높고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지난 4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서 유기농으로 사과농사를 짓는 김수구(오른쪽)·김경희씨 부부가 가을볕 아래서 추석에 낼 사과를 수확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가을장마 소식에 애태웠던 농민들을 위로하듯 일순간 먹구름이 걷히며 높고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지난 4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서 유기농으로 사과농사를 짓는 김수구(오른쪽)·김경희씨 부부가 가을볕 아래서 추석에 낼 사과를 수확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생산하는 농민이 있어 추석도 존재한다

예년보다 이른 한가위가 찾아온다. 꼬리를 무는 농산물 가격 폭락 소식과 끝내 농정개혁이 좌초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함 속에 맞는 명절이다.

명절이면 시장과 마트는 선물세트 판매에 들뜬 모습이고 정부는 물가 관리에 눈치를 본다. 이마트는 7월 25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결과, 사과와 냉장 한우의 매출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마트에 따르면 사과 선물세트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53.9% 늘었으며 냉장 한우 매출 역시 18.4%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의 소비자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aT는 전통시장 기준으로 지난주 대비 쇠고기·계란 등 축산물과 배추·무 등 채소류가 소폭 상승했으며 과일류는 하락세, 쌀·참깨는 보합세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선물세트 매출실적과 소비자가격을 통해 추석을 앞둔 현장농민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을까. 이같은 통계는 추석을 앞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조사한 결과다. 선물세트도 물가관리도 일단 농민이 생산을 해야 존재할 수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생산에서부터 찾자

최근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증진하고 보상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가 깊어지고 있다. 경과를 보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정받느냐가 큰 숙제인 걸로 보인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추석의 의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추석은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은 비단 농민의 일이 아닌 전사회적인 경사였던 셈이다. 이처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고 보상하는 일이 새삼스런 작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러 가치를 찾을 수 있겠지만 기본은 농산물 생산의 가치에서 시작해야 한다.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의 엔진에, 한여름 더위에서 영글어간 햇사과에, 700㎏이 넘는 소와 씨름을 하는 농민의 구슬땀에 공익적 가치가 있다.

추석을 앞둔 전국의 농축산물 생산현장을 취재하며 여전히 희망은 현장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그래서 추석의 풍성함은 그 크기만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뜻한다고 여긴다. 언젠가는 추석 새벽에도 수확 때를 맞추느라 논으로 나서는 농민의 발걸음에서 생생지락(生生之樂)을 느낄 수 있는 농정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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