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건강이란 무엇인가?

  • 입력 2019.09.08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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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최근 암치료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만한 치료제가 모 방송국 건강프로그램에서 다뤄졌습니다. 바로 면역항암제와 개인 맞춤 면역치료제 개발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제1세대 항암제라 할 수 있는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치료제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그 부작용이 심각했었던 점과, 제2세대 항암제라 할 수 있는 표적항암치료제가 일부 암에만 해당되고 또 곧바로 내성이 생기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반해, 제3세대 항암제라 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는 그동안 암세포에 의해 무력화됐던 면역세포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여 암세포를 퇴치하는 방법으로 기존 부작용을 현저히 줄였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개인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있는 사람이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10명 중 2명 정도에만 효과가 있고 나머지에겐 신통치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치료비도 수천만원에 해당할 정도로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에는 더욱 진전된 암치료법이 개발됐습니다. 바로 개인맞춤 면역치료제의 개발입니다. 환자의 몸에서 직접 떼어낸 암세포를 사멸시켜 얻은 항원으로 환자의 몸에서 직접 추출한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를 훈련시켜 이를 환자의 몸에 다시 주입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이 수지상세포는 우리 몸속의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에 암세포항원의 정보를 전달하여 T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직접 찾아 제거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현대의학의 암치료는 이제 개인맞춤 항암제 개발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바로 수억원을 넘는 치료비입니다. 지금 이 개인맞춤항암제의 가격은 4~5억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3세대 항암제가 나왔지만 서민들에겐 아직은 그림의 떡일 뿐이고 아직까지 암에 대한 현대의학의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치료, 화학항암제의 3대 요법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람의 정기를 손상시켜 극한 상태로 몰고 가는 방법으로서 이 치료를 권하고 시술하는 의료인들조차 자신들이 암이 걸렸을 때 과연 이 요법으로 치료를 받을 것인가 하는 의문의 여지를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3대 요법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일부 의사들은 차라리 아무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암환자의 생존가능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었던 사람이 암이라는 의사의 선고를 받는 순간 갑자기 그의 삶은 무너지고 그 날로 병원에 얽매인 신세가 돼 현대의료제도가 정해놓은 순서에 따라 수술을 받고, 방사선을 조사받고, 화학항암제를 투여받으며 하루 아침에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고행의 길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고행의 목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수술 전 아무 지장 없이 수행하던, 하루 밥 먹고 화장실 가며 자신의 몸으로 가고 싶은 곳 가던 일상생활이 치료목표의 전부가 돼 버리는 패러독스에 빠져들고 맙니다.

건강이란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인 WHO는 1957년 건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건강이란 유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주어진 조건 하에서 적절한 생체기능을 나타내고 있는 상태’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우리가 비록 암에 걸렸다 해도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적절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적절한 생체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 그는 아직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이 있습니다.

모르면 무난하게 지나갔을 수도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근심이 쌓이고 이로 인해 병이 깊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암은 눈에 보이는 덩어리가 전부가 아닙니다. 덩어리는 자신의 삶이 건강하지 못해왔던 과거의 표상일 뿐입니다. 그 덩어리를 제거한다 해서 자신의 과거가 지워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암은 수술로 도려내야만 하는 급성병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을 통해 극복해야 할 만성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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