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현실화, 낙농가 생존권 문제다

이승호〈한국낙농육우협회장〉

  • 입력 2008.06.28 09:35
  • 기자명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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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회장

농가들의 목장원유(原乳)가 현실화 여론이 거세다. 지난 6월 17일 전국 1만여명의 농가들이 모인 가운데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가 개최된데 이어, 필자는 선종승 협회 이사와 함께 대회 직후에 단식농성 중에 있다.

여의도 총궐기대회에 전국 낙농가수보다도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것을 보면 가구당 1명 이상씩은 모두 참여한 것이고, 대회 참여 인원수만 보더라도 현재 원유가 현실화가 얼마나 절실한 사안인지를 알 수 있다.

대회 직후 단식농성 돌입

2006년 말부터 폭등한 사료값은 이미 50~60%이상 인상되었고, 오는 7월 계속적인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우유생산에 필요한 경비들이 8∼70% 수준 인상되었다. 그야말로 현재는 생산비도 못건지면서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농가들이 원유가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목장경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우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해 말부터 원유가 현실화의 필요에 대해 제기되어 왔으니, 농가들의 원유가 현실화요구는 결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생산자들의 요구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를 하고 있다. 6월 27일 현재 9차 협상까지 진행되었지만, 협상에 임하는 유업체의 태도로 보아서는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유업체의 무성의한 협상태도가 농가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원유가 현실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공식 제기한 것이 3월인데, 이런저런 핑계를 이유로 5월말이나 되어서야 그나마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는 동안 5월말 사료값이 또 올랐고, 또다시 사료값 인상이 예고된 7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 진전없는 협상이 이어지자, 농가들은 협상에 성의없는 유업체를 압박하기 위해 유가공공장 앞에서 릴레이 집회를 가졌고, 이제는 최후의 수단인 납유거부까지 결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가들의 현실과 여론이 이럴질데, 유업체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우유 잉여문제, 쿼터삭감 등을 할 때는 공존공생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고통분담을 강요하더니, 낙농가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는 목장경영 환경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원유가 현실화를 요구하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식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

현재 농가들은 584원/ℓ하는 물보다 싼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농가들의 원유기본가격 25.7%(150원/ℓ) 인상은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그런데도 현재 유업체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농가들의 원유가격이 2004년 이후 동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연말부터 우유, 유제품 가격을 5.5∼20% 가량 인상시켰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농가들이 원유가격 현실화를 요구하자, 생필품 정부관리 52개 품목으로 물가통제를 당하고 있다는 이유같지 않은 변명을 하고 있다.

며칠전 유가공협회 전무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농가들의 원유값을 올려주면 소비자가격이 3,000원에 육박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누가 우유를 사먹겠냐는 황당발언을 해 소비자들을 오해케 만들었다. 어떤 계산을 하였길래, 농가들한테 150원 올려주면 소비자가격이 1천1백50원이나 올라갈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유업체가 우유 소비자가격을 이미 지난 연말 100원씩 인상해 1천8백50원으로 올려놓고서 그것도 모자라 농가들의 원유가 인상을 빌미로 하여 폭리를 취하겠다고 스스로가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료값 폭등 및 제반비용의 상승으로 어려운 농가들을 위해 원유가격을 현실화시키자는 것인데, 공존공생의 관계에 있는 유업체는 고작 제품가격 인상으로 폭리나 취할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에도 전례가 있었다. 농가원유가 67원 올려놓고 제품가격은 3백∼4백원을 인상한 것이다. 그로인해 우유소비가 위축되자 농가 쿼터를 삭감하는가 하면, 우유 덤판매를 하면서 유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우유소비시장까지 문란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낙농가들은 낙농자조금사업을 하면서 소비홍보를 위한 노력에도 열중하고 있는데, 자사브랜드 광고에만 치중할 뿐 공동홍보 제안에도 전혀 협조하고 있지 않으면서 말이다.

물보다 값 싼 우유 생산

최근 독일의 경우, 유업체가 농가들의 원유값을 10유로센트 올려주면서 제품가격은 7유로센트만 올려 사료값 인상에 대한 고통분담을 하였다고 한다. 진정 낙농가와 유업체가 공존공생의 관계에 있다면, 이러한 상생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원유가 현실화를 포함한 낙농회생 대책을 촉구하는 농가들의 여론은 전국적으로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원유가가 현실화 되어야 한다. 유업체는 물론이고, 정부와 진흥회는 유업체와 생산자간 합의할 사항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성난 농심이 앞으로 어떠한 사태를 초래하게 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임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이승호〈한국낙농육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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