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야, 조금만 더 뛰어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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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선일 기자
  • 승인 2019.09.0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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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사과 키워온 농민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북 영주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이재식씨가 지난 2일 추석 명절 전에 수확할 사과 주위의 이파리를 솎아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북 영주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이재식씨가 지난 2일 추석 명절 전에 수확할 사과 주위의 이파리를 솎아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추석을 앞둔 지난 2일 방문한 경북 영주시 부석면 일대엔 ‘사과의 바다’가 펼쳐졌다. 온 사방의 사과나무에 새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이날 방문한 ‘사과의 바다’는 부석면 사과재배 농민 이재식(53)씨의 사과밭이었다. 이씨는 여름 내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제초 작업을 했다. 저농약 방식으로 사과농사를 짓기에 제초제는 일절 치지 않는다. 농장에서 자라는 사과들은 당일의 흐릿흐릿한 날씨와 대비돼 더더욱 새빨갛게, 탐스럽게 보였다.

그럼에도 이씨는 고심이 많다. “당도가 예년에 비해 너무 안 올랐다”며 이씨는 농장의 몇몇 사과나무들에서 사과를 따 기자들에게 먹어보라고 권했다. 깨물어먹어 본 사과는 달달함과 새콤함이 적절히 섞인 맛이었다. 또 다른 사과는 매우 달고 부드러웠다. “맛있는데요?”라는 기자의 말에 이씨는 “다른 소비자들도 기자님처럼 깨무는 사과마다 맛있다 카먼 좋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못해도 당도가 14브릭스는 나와야 어디 내보낼만한 사괍니더. 근데 올해는 12~13브릭스 밖에 안 나와서 아쉽십니더. 솔직히 팔아야 하니 따긴 따야카겠는데… (소비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죠. 요 근래도 그렇고 흐린 날씨였던 날이 많았던지라 당도에 영향을 끼친 듯해요. 추석 직전인데도 당도가 낮으니 더 걱정스럽네요.”

이씨를 비롯한 부석면 농민들이 재배한 사과는 영주농협 부석지점 산지유통센터(APC)로 향한다. 센터 직원들은 사과들 중 상처난 것은 빼내고 ‘상태 좋은 사과’만 분류해 옮긴다. 선별 및 포장작업을 거친 사과들은 각지의 마트로 향하길 기다린다. APC 한쪽 구석엔 각 상자별 ‘기스’ 난 사과 개수(기스 5, 기스 10, 기스 12…)를 적어놓은 상자 쪼가리가 떨어져 있었다.

지난 2일 경북 영주시 부석면 영주농협 부석지점 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농민들이 출하한 ‘홍로’ 사과를 선별·포장하기 위해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일 경북 영주시 부석면 영주농협 부석지점 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농민들이 출하한 ‘홍로’ 사과를 선별·포장하기 위해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고 있다. 한승호 기자

날씨는 흐릿흐릿하고 당도도 말을 안 듣기에 답답하지만, 그래도 이씨는 올해도 보람차게 농사지은 뒤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 마을이 고향이다. 도시생활하다 22년 전 IMF 외환위기가 터질 당시 귀촌했다. 그의 부모님을 비롯해 과거부터 알고 지낸 마을 어르신들과 같이 살며 농사짓는다. 이씨는 그들과 함께 추석을 보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 했다.

당도에 대한 고민은 이씨만의 것이 아니었다. 충남 예산에서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는 김수구·김경희씨 부부의 사과밭에서도 지난 4일 탐스러운 사과들이 ‘빨간 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수구씨는 “당도가 잘 안 올라 걱정”이라 말했다. 김수구씨는 사과 당도측정기를 꺼내 사과 한 조각에서 짜낸 즙을 측정기에 떨어뜨렸다. 측정기를 들여다보니 눈금이 13브릭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사과를 공급하는 생협의 당도 기준이 최소 12브릭스다. 13브릭스는 나가야 소비자들이 만족한다. 우리가 재배하는 홍로사과는 원래 15브릭스, 잘 하면 16~17브릭스까지도 나갔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당도가 낮은 편이다.”

그래도 올해 김씨 부부는 유기사과 재배 과정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매년 골치를 썩이던 심식나방 방제에 성공했다. 자리공과 은행 추출물 등으로 만든 약재를 사용해 예년 대비 80% 가량 피해를 줄였다.

김씨 부부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자식 같은 사과들이 잘 자라는 걸 보는 자체가 기쁨”이라 소회를 밝혔다. 김씨 부부는 조금이라도 해 뜰 때마다 추석 직전, 추석 당일에도 ‘자식 같은 사과’들을 수확할 계획이다.

사과재배 농가들은 올해도 악천후와 병해충에 맞서 ‘사과의 바다’를 만들었다. 그 사과들은 추석 제사상에, 가족 밥상 위에 오르리라. 이 땅 모든 사과의 당도야, 올 한 해 열심히 농사지은 농민들의 노고를 안다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뛰어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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