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안정, “쌀부터 공공수급 하자”

농민단체·농식품부·농협 수급정책 모색 원탁토론
농민들 쌀 공공수급제 제안에 농식품부는 ‘신중’

  • 입력 2019.09.08 18:00
  • 수정 2019.09.08 18:4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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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전농)은 지난 4일 서울 용산 소재 전농 사무실에서 농민단체·농식품부·농협을 초청해 농산물 가격안정 토론을 열었다. 안유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서기관, 한송록 농협경제지주 원예수급단장과 전국쌀·양파·배추·마늘생산자협회, 전농·전여농 등 농민대표 10여명이 참석했다.

채소품목 농민들이 다수 참석했지만 논의는 우선 쌀에 집중됐다. 근본적으로 쌀값 문제가 채소에 도미노식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직불제 개편(공익형직불제)은 기존 변동직불금 폐지를 수반하는데 이에 대비한 가격지지 대안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국쌀생산자협회(쌀협회)는 대안으로 공공수급제 도입을 제안했다. 쌀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35만톤 정도의 쌀을 공공매입할 경우 예산 1조500억원이 소요되며 이 정도면 감축대상보조(AMS) 한도 내에서 쌀·채소 수급대책을 소화할 수 있다. 공공수급제 35만톤에 기존 공공비축미 35만톤, 농협 계약재배 30만톤이면 효과적인 수급조절로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쌀부터 시작해 주요농산물에 차차 공공수급제를 도입하고, 그 운영을 위한 공공수급위원회에 농민 참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무역상대국에서 공공수급제와 공공비축제를 구분된 제도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AMS 적용 기준가격 자체도 쌀협회와 다르게 파악해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AMS 축소 탓에 폐지했던 과거의 수매제를 되살리는 데 부담을 드러냈다.

정부 쌀 수급대책안인 자동시장격리제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정학철 쌀협회 사무총장은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농민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았고 기존이랑 뭐가 다른 건지도 모르겠다. 논의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내용이 아무 것도 안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대표들도 최근 농식품부 원예산업과의 일방통보식 전국순회 워크숍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농민을 배척하는 농식품부의 태도를 질책했다.

안유영 서기관은 “이제 대안을 마련할 땐 정부 단독으론 하지 않겠다”며 “직불제 개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세부적인 것(수급대책)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농민들은 “순서가 완전히 바뀌었다. 변동직불제가 폐지된다면 직불제 개편에 앞서 그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받았다.

채소수급정책 담당인 농식품부 원예산업과는 이날 갑작스레 불참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미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올라온 터라 채소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전국양파·배추생산자협회는 채소가격안정제’가 정부 채소수급정책의 핵심인 만큼 충분한 예산 편성으로 당장 내년에 전체 생산량의 15%까지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이와 별도로 정부·지자체·농협·농가 부담으로 농협 계약재배율을 50%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수탁 형태 계약이며 지역총량제를 통해 가격 리스크를 완화하고 기금 조성으로 안정성을 담보하는 방식이다. 농협의 시장장악력과 충분한 수급조절 물량을 담보할 수 있는데다 사후 폐기비용 대비 예산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무진 전국양파·배추생산자협회 정책실장은 “올해 양파에 정부 예산만 300억원을 투입했는데도 kg당 4,000원 가격이 지속됐고 마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수급정책은 농민들에게 아무 효과도 주지 못한다. 농민이 정책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농민단체들과 농협중앙회는 재배면적신고제·휴경보상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내용에 서로 공감했으며 농식품부를 상대로 더욱 적극적인 의견개진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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