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축협 조합장을 만나다④] 정종옥 전북 진안 부귀농협 조합장

‘농민 행복’ 사명으로 강한 농협 꿈꾸다
경제사업 활성화·고령 농민 돌봄도 추진 … “중앙회·지역농협 한마음 돼 정체성 살려야”

  • 입력 2019.09.08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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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농축협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농협중앙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조합장들을 만나 격주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농민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농사꾼이던 정종옥(62) 부귀농협 조합장이 농협 조합장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정 조합장은 지난 2006년 부귀농협 조합장에 처음 당선됐고, 이후 한 차례 낙선 후 2015년 선거에 이어 올해 3월 선거에서 당선됐다. 선거 공약엔 ‘조합원이 주인되는 농협’이라는 그의 철학도 오롯이 담겼다.

그는 “사랑과 헌신, 친절, 봉사로 농가소득 증대 등 농민조합원을 행복하게 하는 게 부귀농협의 사명”이라며 “당선 이후 그 사명을 다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개혁적 성향의 농협 조합장 모임 정명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일 정 조합장을 만나 합병 권고 농협에서 작지만 강한 농협으로 탈바꿈 중인 부귀농협 사례를 확인했다.

- 부귀농협의 특징은?

부귀농협은 산간 면단위의 작은 농협이다. 마이산 김치 가공공장을 운영하면서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계약재배에 힘을 쓰고 있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고추와 배추, 양파, 무, 대파 등을 전량 수매한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매해서 농가소득도 올리고, 유휴노동력을 이용해서 농외소득을 올리면서, 조합원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배추가격의 등락에 상관없이 생산비 이상을 받기 때문에 소득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수박작목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도하고 있다.

또한 합병 권고 농협에서 작지만 강한 농협으로 변화하는 데엔 직원들의 노력도 주요했다. ‘직원이 변해야 농협이 살아날 수 있다’는 각오로 자부담까지 해가며 교육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오늘의 부귀농협이 될 수 있었다.

- 지역농협이 나아갈 방향은?

지역농협은 지금까지 신용사업 위주로 운영됐다. 경제사업을 활성화시켜 조합원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모든 걸 다해야 한다.

고령 농민들이 농사지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갈 텐데 다른 사람에 논을 임대해주면 임대료가 적다. 농협이 일부 비용만 받고 전체적으로 위탁을 받아서 논 갈고 이앙하고, 수확, 정산까지 하면 수익이 더 커서 고령 농민들이 자식에 손 벌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

이제는 지역농협이 수익을 내는 구조는 넘어섰다.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원로 조합원들의 자녀들이 외부로 나간 상황에서 이들을 부양할 사람이 없다. 농협이 자식 된 심정으로 원로 조합원을 부모형제로 모셔야 한다. 안부도 묻고, 돌봄도 해야 한다.

이들이 자식을 따라가면 감옥살이가 되고, 아파도 잘 모르는 사람과 노인요양원에서 생활해야 한다. 결국 죽어서나 고향에 올 수 있다. 그래서 부귀농협은 노인요양원을 준비 중에 있다. 원로조합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진안군 차원에선 인구 유출이 안 되고, 농협이 원로 조합원을 돌보면서 그 자녀들이 농협과 거래하며 농협의 미래도 더 밝아질 수 있다.

-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도시농협은 농협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신용사업에서 수익을 많이 낸다. 그런데 실제 뿌리인 농촌농협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젠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협동조합 간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 도시농협의 수익이 농민을 위한 사업에 쓰이고,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가 나서 조정해야 한다. 농협이 진짜 국민의 농협으로 성장하고 사랑받으려면 결국 지역농협이 계속 농협의 역할을 해야 한다.

- 농협중앙회 개혁은 어떻게?

신경분리 등 사업구조가 개편되며 많은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있다. 기존 농협중앙회 조직이 하나였던 상황에서 지주체제가 들어서며 임원이 많아져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지주체제가 되고 이른바 농협 명칭 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를 내야 하니 수익을 올려야 되는 구조가 됐고, 결국 경제지주가 지역농협과 경합하는 부분이 생겼다. 지역농협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이 주요 하나로마트에서 우선적으로 판매돼야 하는데,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석으로 밀리고 있다. 가공식품도 대기업 위주의 상품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면 수익과 관계없이 지역농협의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해야 한다.

농협중앙회가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정체성을 살리고 지역농협과 한마음이 돼야 한다. 투명한 운영과 함께 몸집을 단순화시켜야 한다. 거기서 나온 수익을 농민을 위한 사업으로 재투자했을 때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상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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