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우선물세트가 우리집에 오는 길

  • 입력 2019.09.08 18:0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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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지난 2일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이영규씨가 한우암소 3마리를 출하기사 차량에 태우고 있다. 출하된 암소는 음성 축산물공판장으로 보내진다.
지난 2일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이영규씨가 한우암소 3마리를 출하기사 차량에 태우고 있다. 출하된 암소는 음성 축산물공판장으로 보내진다.

해마다 ‘추석에 받고 싶은 선물’이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했을 때, 빠지지 않고 1, 2위를 차지하는 품목이 있다. 바로 ‘한우선물세트’다. 한우선물세트가 지인들 간에 많이 오고가는 만큼 한우농가도 바빠진다. 늘어나는 추석 물량에 공판장도 평소 받지 않는 토요일 출하와 일요일 도축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추석 명절을 맞은 한우농가의 풍경은 어떨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일 충남 서천군 기산면의 한우농가를 찾았다. 번식우 40두, 비육우 60두를 기르는 농민 이영규(61)씨가 3주 전 암소 8마리에 이어 암소 3마리 출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은 유전능력이 좋지 않은 암소와 몇 번의 출산을 거치며 나이가 든 암소를 출하하기로 한 날이다.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소를 출하하기란 쉽지 않다. 한 마리를 트럭에 태우는 과정에도 농민의 땀이 요구된다. 트럭에 타지 않으려는 소, 그 틈에 도망치려는 소, 탈출에 성공한 소들이 엉켜 축사는 점점 어수선해졌다. 마리당 700kg에 달하는 소를 어르고 달래 여러 번 트럭에 실어야 하는 농민의 고된 힘겨루기는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이날 혼란스런 출하엔 날씨도 영향을 줬다. 애매하게 내린 비에 어렵게 태운 소는 트럭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으며 트럭은 진흙에 빠져 바퀴가 헛돌아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처럼 한우 출하 과정에선 언제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당초 일요일에 오기로 했던 출하기사가 월요일에 온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출하기사가 데려간 3마리의 암소는 음성 축산물공판장으로 보내진다. 음성공판장은 국내 최대 도축물량이 출하예약제를 통해 거래되며 다수의 축산농가가 출하를 희망하는 곳이다. 다른 공판장에 비해 높은 경매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생산비를 고려하면 지육 1kg당 최소 1만7,000원은 돼야 손해를 안 본다. 올해는 가격이 좋은 편이고 3주 전 출하한 소는 추석 특수로 가격이 조금 더 올라 kg당 2만500원 받았다”고 말했다. 수요가 급증하는 명절에 높은 가격을 보장받기 위해 대량 출하할 법도 하지만 이씨는 “대목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좋아져도 내 욕심만 부려선 안 된다”며 “우리 지역은 농민들이 함께 모여 축협에서 배정받은 물량을 골고루 출하하기 위해 협의를 한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추석에 대한 설렘을 묻자 “추석이라고 자녀들이 해외여행을 얘기했지만 못가고 국내여행이나 잠깐 다녀올 예정이다. 소를 두고 오랜 기간 축사를 떠나는 것은 불안해서 안 된다”며 “그래도 추석에 모두 모이니까 설렌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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