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토론] 청년농업인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담다

  • 입력 2019.09.01 18:00
  • 수정 2019.09.03 09:13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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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장수지·장희수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농업인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담다’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후주 청년농업인연합회 정책연구소장, 정 은정 농촌사회학자,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시혜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농업인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담다’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후주 청년농업인연합회 정책연구소장, 정 은정 농촌사회학자,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시혜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

 

놓쳐버린 농업·농촌 골든타임, 이제라도 시작해

김후주청년농업인연합회 정책연구소장
김후주 청년농업인연합회 정책연구소장

농사농사짓는 사람들이 당장 농업소득만으로 먹고살기를 포기한지 오래다. 사실상 농업외 소득에 의존하는 구조지만 농촌엔 괜찮은 일거리조차 찾기 힘들다. 최근엔 농가소득 5,000만원을 지상목표로 외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인력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방소멸은 현실화된지 오래며 최근엔 학교뿐 아니라 지역까지 통폐합되고 있다.

사실 정부가 무슨 방법으로 농업·농촌을 소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 농업·농촌 위기를 해결할 골든타임은 이미 20년 이상 지나버렸다. 농업·농촌이 국가 경제정책의 희생양이 돼 소리 소문 없이 죽어버리는 동안 농업정책도 정체돼 버렸고 농촌지역은 아노미상태에 빠졌다.

이에 2030 청년농민들이 모인 청년농업인연합회에선 농업·농촌이 처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있다. 농업정책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지속하고자 설립한 정책연구소에선 최근 다양한 청년농민의 고충을 발굴하고 정책적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매년 생산된 농산물을 폐기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 관행 농업을 규모화하는 방법으로 모든 조건이 월등한 국가를 경쟁상대 삼아 싸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6차산업을 필두로 한 섣부른 규모화정책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제 청년농민 특성에 적합한 규모와 농사형식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청년여성농민 소외는 농촌의 고질적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워낙 토착적으로 일상화돼 있어 쉽게 간과되고 별 것 아닌 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여성농민에 대한 편견과 구조적 차별요인을 없애지 않는 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승계농에 대한 국가적 보장정책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경제적 독립, 노동권 보호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제도화해야 한다. 분쟁·갈등을 조정하는 기구나 전문가 제도 도입도 절실하다.

또 지난해 농업계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된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은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대상자 선발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사업은 결국 청년농민의 내부분열을 일으켰고, 싹수 노란 청년농민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당국은 도덕적 해이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책임을 청년농민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농업계 지원사업 대부분이 편법과 불법을 조장하고 농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사업 자격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한편, 담당 공무원이 업무를 확실히 숙지하고 사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직업의식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청년농민들은 자비를 들여 해외연수를 다녀올 만큼 교육에 대한 갈증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농업교육과정은 터무니없이 부족해 수요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 수준을 단계화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농민의 특징이자 강점은 패러다임 변화에 열려있다는 것이다. 청년농민들은 친환경농업과 로컬푸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 등 단순한 식량생산과 식량주권을 뛰어넘는 가치 추구에 목말라 있다. 청년농민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농업·농촌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다양한 정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모든 국민이 농업 지지하도록 청년농업인 성장하길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농정에 있어 사업 위주의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청년농업인 정책이 작년에 처음 시작됐다. 정책화시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진전이다.

지역에선 5년마다 농업발전계획을 세운다. 15년을 추진했는데 그 계획에 ‘사람을 어떻게 육성할 지’는 없었다. 사람에 대한 계획이 없으니 예산이 없고 조직도 없는 것이다.

최근 청년농업인 정책이 수립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역농업인력 계획 수립을 지시하고, 그런 지자체에 청년농업인 예산을 주고 있다.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올해부터 20만명의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이제 막 조례도 만들고 있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선 아직이다. 그렇다보니 청년농업인 맞춤형 지원은 아직 멀기만 하다.

청년농업인 정착 지원정책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보조금에 의존하는 정책이나 깨진 농촌지역사회 문제 등 대한민국 농정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왜 우리가 농업에 종사하는가를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어서 하는 것이다.

지역과 내가 사는 곳을 바꾸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한다. 20개 지자체에서 농업회의소를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다. 전국단위 농업회의소가 지지부진한데 청년들만이라도 청년농업회의소로 치고 나가면 우리 농업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농업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것에 많이 참여해서 농업의 중요성을 모든 국민이 알고 농업을 지지할 수 있도록 청년농업인들이 성장하길 바란다.

 

정부, 청년농업인 문제 중요하게 보고 있어

이시혜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
이시혜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

농업·농촌의 고령화로 새로운 인력의 확보와 정착이 농정 핵심 과제다. 정부도 청년농업인 육성을 농정 제1과제로 보고 있다. 2017년에 청년농업인 육성대책을 마련하고 2018년부터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을 도입하고 있다. 청년들이 들어와야 농업·농촌이 산다는 인식을 가지고 새로운 정책들을 많이 만들고 있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에 대한 사업범위·교육내용·바우처 사용범위 등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있으며 내년에는 보다 나은 모습으로 지원하기 위해 제도 개선 중이다.

청년농업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유기농·소농·가족농 부분에 더 많은 지원을 말씀하셨는데, 이는 청년농업을 포함해 농업분야 전체적인 얘기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정책을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때에 따라 중점을 두는 정책은 있다. 현재 가족농에 초점을 두고 중요도를 높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여성농업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농촌지역의 성평등 의식이 여전히 낮고 농업분야의 성역할부터 여성분들에게 불리한 상황인 건 맞다. 지속적인 교육과 여기 계시는 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해서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또한 승계농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매뉴얼과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과 달리 도시출생률이 높아 농업·농촌에 연고가 있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단계별로 농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빠른 시일 내 바뀌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좌장  “침묵하지 않는 청년농민들, 더 나은 정책 계기되길”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청년농민의 가장 큰 특징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 계속 얘기하다 보면 정책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오늘 토론회는 현장 청년농민의 얘기를 듣는 자리다. 정부 당국자도 참석한 가운데 얘기가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현장에서 개별 청년농민들이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각자 다르다. 또한 농업에서 청년, 여성 두 가지가 합쳐지면 가장 취약한 경우가 된다. CCTV 도입 등이 감시라던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지만 누군가에겐 안전장치가 된다. 뭉뚱그려 청년여성농민정책이 아니라 귀농, 청년, 여성 등 세부화시킨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승계농 문제에 있어 어르신과 부모 입장에 마음이 더 가긴 한다. 하지만 승계농이 윗세대와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게 생각보다 큰 고충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거점별로 상담센터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 일단은 승계농의 개념부터 시민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계륵과도 같은 지원사업이 컨설팅이다. 워낙에 난립하다보니 현장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사기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컨설팅 업체 블랙리스트도 없다. 정보라도 공유해야 한다.

농업인 교육은 기술교육과 소양교육이 뒤섞여 있고, 기술교육은 전문적이지 않고 소양교육은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지자체 세금이 들어가다 보니 지역별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 명의 마이스터, 한 명의 농민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 교육만큼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토론회의 열기가 이렇게 뜨거울지 몰랐다. 오늘이 청년농민들의 문제를 풀어가는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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