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거부가 죽을 죄인가

동물복지 익산 참사랑농장, 긴 법적분쟁 속 생존위기 몰려
익산시, AI 위험 사라졌는데도 2년 넘게 살처분 명령 유지

  • 입력 2019.09.01 18:00
  • 수정 2019.09.01 21:1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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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이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 지방자치단체가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이 사라졌음에도 2년 넘게 이 농장에 내린 살처분 명령을 거두지 않아 ‘무엇을 위한 방역조치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위치한 참사랑농장은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산란계농장으로 닭 5,000여수를 사육하고 있다. 이 농장은 지난 2017년 3월 익산시로부터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전달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당시 참사랑농장은 직접 전문가에게 의뢰한 시료 분석 결과 ‘전부 음성’ 판정을 받아 획일적 살처분에 의존한 방역정책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현재 참사랑농장은 계란 생산이 거의 끊기면서 생협, 학교급식 등 기존 납품처와의 거래가 사실상 막혔다. 유소윤 참사랑농장 대표는 “닭이 3~4년차에 접어들면서 계란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라며 “한달에 사료값만 1400만원이 든다. 그러면서 동물복지인증, 해썹(HACCP)인증 등 4가지 인증을 다 유지하다보니 빚만 늘어가고 있다”고 사정을 전했다.

참사랑농장은 익산시가 내린 살처분 명령이 아직도 유효해 닭을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익산시 공무원들이 닭을 내보내도 된다고 말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뒤엔 어떻게 옭아맬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닭을 농장 밖으로 이동해도 된다는 공문을 보내달라니 그건 못해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참사랑농장은 닭을 받길 원하는 이들에게 분양해 끝까지 닭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참사랑농장은 익산시와 긴 법적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익산시는 참사랑농장을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으며 농장은 살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 대표는 “익산시는 아직 법적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우리를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 농가로 본다. 지난해 깨끗한 축산농가 지정사업을 신청했지만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안 된다고 공문을 보내더라”라며 “지난해 12월 한 방송에선 익산시청 축산과장이 우리 농장을 ‘2년 동안 지원에서 배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장은 거의 파산 상태다. 살처분을 거부하고 닭을 건강하게 키운 게 큰 죄를 지은건가. 국가재난인 고병원성 AI를 막은 농장이 피해를 받고 가해자 취급을 받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유 대표는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 지금도 오로지 이 닭들을 살리려는 마음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익산시는 살처분 명령을 철회할 수 있으나 취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산시 축산과 관계자는 “살처분 명령을 철회할 수 있지만 지금도 (살처분 명령이)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지난해부터 닭을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라며 “농가가 공문 발급을 원하면 발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익산시가 이미 차단방역의 목적을 상실한 살처분 명령을 2년 넘게 거두지 않은 데엔 의문이 남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사업 외에는 지원에서 배제한 바 없다”면서 “올해는 전라북도에서 심사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양측의 법적분쟁은 살처분 취소소송 2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재판부에 제출할 참사랑농장 살리기 탄원서명과 긴급 모금을 진행 중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달 1일 “익산시는 예찰지역 전환 이후 즉시 가능했던 살처분 명령 철회도 하지 않았다”라며 “익산시는 똑똑히 보라. 참사랑농장이 죽어간다. 지금이라도 살처분 명령을 취소하고 참사랑농장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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