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전국순회 워크숍은 ‘쇼’에 불과”

순회기간 농민의견 반영 전무
정부 책임방기 비판 여전한데
시작부터 끝까지 산지 책임론

  • 입력 2019.09.0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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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29일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 앞에서 전국양파생산자협회·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식품부의 전국순회 워크숍과 수급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공
지난달 29일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 앞에서 전국양파생산자협회·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식품부의 전국순회 워크숍과 수급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공

농산물 수급정책 개선을 놓고 정부와 농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가 내년산 사전 재배면적 조절을 위한 전국순회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정부 책임이 쏙 빠진 일방적 ‘생산 감축’ 주문에 농민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극심한 농산물 연쇄폭락을 겪은 뒤 정부가 내놓은 수급정책 개선 기조는 기존의 산지책임론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농민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주셔야 수급이 어려워질 때 ‘농가가 이만큼 자구 노력을 했다’ 하고 국회나 기재부를 설득하는 데 힘이 된다”고 호소했다. 정부 정책이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농민의 역할을 먼저 강조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산 감축. 농식품부는 지난달 14일부터 29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광역단위 워크숍을 개최해 내년산 양파·마늘 재배면적 감축을 주문했다. 농협을 통해 지역별 감축면적을 할당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예산 투입은 전무하다. 농민들은 단호한 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실 농민들의 희생을 먼저 요구하기엔 그동안 정부의 역할이 부실했던 면이 있다. 수급불안의 근본 원인이 무분별한 수입에 있고 그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정부는 최근 몇 년 조금씩 책임에서 발을 빼고 있다. 올해의 경우 산지폐기 예산 70억원을 연초 겨울배추·저장양파에 일찌감치 소진한 채 햇양파와 마늘엔 각각 1만2,000톤·2만3,000톤(계획)이라는 ‘찔끔’ 수매로 대응했다. 그나마 정부 수급대책의 주력이라는 채소가격안정제 또한 삭감된 예산 아래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나머지 모든 과잉물량에 대한 책임을 이미 지자체·농협·농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진 바 있다.

책임 소재는 차치하더라도 수입대책이 누락된 생산감축 정책은 수급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자급률만 낮추게 될 위험성도 크다. 이에 농민들이 농민 참여형 수급대책을 통해 정부와 농민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일방적 산지압박 정책기조는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다. 농민들은 이번 전국순회 워크숍 또한 요식행위로 보고 있다. 가령 과거 스마트팜 혁신밸리 순회설명회 땐 회차가 거듭될수록 제기되는 지적들이 조금씩이나마 반영됐지만 이번 워크숍은 똑같은 설명만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워크숍이 열린 지난달 29일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 앞에선 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전국마늘생산자협회(회장 김창수)·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이 기자회견을 열고 농식품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생산자인 농민을 정책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만 여기는 과거 정부 인식에서 한 치도 변한 것이 없다”며 “생산자와의 소통을 겉치레 행사로 전락시키고, 정작 가격대책 수립에서 농민들을 배제한 농식품부는 스스로 자신들이 농업적폐임을 증명했다”고 꾸짖었다.

세 단체는 “전국순회 워크숍은 ‘쇼’에 불과하다”며 △현장 농민이 참여하는 순회 간담회를 재실시할 것 △주산지 지자체 행정조사 및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급통계 시스템을 만들 것 △기초·광역지자체와 중앙에 각각 4자협의체(중앙·지자체·농협·생산자조직) 중심의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할 것 △면적조절·계약재배·채소가격안정제·수매비축 예산을 확대해 책임감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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