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한의 ‘우리식 유기농업’

  • 입력 2019.09.01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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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최근 북한에서도 유기농업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양상이다. 북한의 유기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북한은 “나라마다 경제·농업 관리 체계가 다르고 유기농업이 진행되는 환경과 구체적 조건, 방법이 다르다”며 ‘우리식’ 유기농업을 장려해 왔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을 거치면서 유기농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듯하다. 북한의 신년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유기농업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이며, 이후 매년 신년사에서 이를 강조했다. 북한과학원은 2012년에 유기농업안내서를 발행·보급했다. 2016년 7차당대회에서는 구체적으로 유기농업을 장려하는 방침을 결정했다.

북한은 이에 앞서 2005년 11월 ‘유기산업법’을 제정, 제반 규정을 정리했다. 이즈음 북한은 캐나다와 독일의 유기농업 연구기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연수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과 2014년에는 북한의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교류사’와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이 공동으로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국제유기농업 관련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유럽원조협력청(EuroAid)과 함께 유기농업기술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북한에 유기농업지원센터를 설립, 유기질비료와 천적을 이용한 방제, 미생물액비 등에 관한 유기농업기술을 개발해 왔다. 또 IFOAM과 함께 ‘자립적인 유기농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유기농법 기술교육, 목초지 관리, 농축산통합사업 등을 전개했다. 이 협력사업은 모두 유럽연합이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북한의 유기농업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북한의 유기농업 정책은 쿠바의 경우와 일면 유사하다. 쿠바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봉쇄 속에서 불가피하게 유기농업을 선택했던 터라 초기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경우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푸는 것이 초미의 문제’라는 인식 하에 농산과 축산을 결합하는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와 ‘우리식’ 유기농업을 적극 도입하는 정책기조를 보여 왔다. 이는 증산에 기여하는 유기농업에 초점을 맞추고 고리형 순환생산 체계라는 방식을 통해 지역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겠다.

이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단기적인 식량증산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또 유기농업을 장려하려면 단기적으로 증가하는 사회적 비용과 생산비용에 대해 소비자 또는 국가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북한의 경우 이 같은 유기농업의 가치 또는 편익에 대해 별도의 시장가치를 지불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이 그동안 유기농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한 곳으로는 평양 근교의 미림농장과 평안남도의 쌍운농장, 함경도 일원의 축산농장 등이 있다. 그리고 향후 본격적으로 유기농업을 전개할 곳으로는 황해도 ‘강령국제녹색시범구’를 제시했다. 북한의 유기농업 전문가 그룹으로는 국제기구와 함께 시범사업을 담당해 온 인력과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교류사’의 전담인력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향후 남북 간에 유기농업분야의 협력이 전개된다면 이들 지역의 해당 인력이 협력 상대가 될 공산이 높다. 유기농업분야의 남북협력은 선행모형이 있다는 점과 상호 간의 역할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당초 우려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어쩌면 한반도의 식량주권을 높여가는 초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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