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업정책을 논하기 위해 청년농민들이 모였다. 지난달 27일 열린 ‘청년농업인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담다’ 토론회 현장에선 직접 재배·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이 전시되는 다소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고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젊은 활기와 밝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들의 활기찬 기운은 이내 농업·농촌 그리고 농정에 대한 열의로 급변했다.
청년농민들은 다소 담담한 목소리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농촌 소멸의 위기가 간과해선 안 될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들이 직접 전한 농촌의 현실은 학교 통폐합이 아닌 지역 통폐합이 논의될 정도였다.
이에 정부도 늦게나마 농업과 농촌을 되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에 돌입했고, 그 일환 중 하나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청창농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청창농 지원사업은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창농에게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젊고 유능한 인재의 농업분야 진출을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농촌 고령화 완화 등 농업 인력구조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청년농민들은 정부의 청창농 지원사업이 실효성을 갖고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청년들은 청창농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농업계 지원사업 대부분이 정부가 정한 면적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업대상에서 배제되고 무엇이든 시작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또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당하고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농촌 환경에 분노를 표했으며, ‘금호미’ 취급을 당하는 승계농이 겪는 갈등에도 공감의 목소리를 더했다. 이밖에도 청년농민들은 정책사업의 부적절한 선정 절차와 공무원들의 안일한 관리 등 폐해에 대한 성토를 멈추지 않았고, 부족한 교육 과정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연구기관 및 정부 관계자는 청년농민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변화의 필요성에 동조하고 개선 의지를 전하는 등 다소 적극적인 모습으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정부와 청년농민 간 직접 소통의 창구가 농업·농촌과 농정을 에워싼 갈등 해소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재조명된 것이다.
직접 농업에 종사하며 농촌의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농민들은 “농정의 방향이 규모화와 과학화에 치중돼 있다”며 “자신들이 가진 특색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년들이 미약하게나마 뿌린 희망의 씨앗이 그들의 강점인 열정과 패기를 거름삼아 농정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농업·농촌의 새바람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