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축협 조합장을 만나다③] 김해환 경북 청송 현서농협 조합장

“지역사회가 성장해야 농협도 산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책임지는 농협 … 경제사업 중심 체질 개선으로 미래 준비

  • 입력 2019.08.26 09:01
  • 수정 2019.08.26 09:3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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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농축협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농협중앙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조합장들을 만나 격주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김해환(55) 현서농협 조합장이 농민회 활동에서부터 중점에 둔 건 ‘지역사회’다. 사이비 종교단체가 환경단체로 위장해 지역에 들어올 때나 지역 댐 건설에 농민회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를 만든 것도 그래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가부채 문제로 힘든 농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청송하면 사과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는 생산성은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저수고 밀식재배 방식을 주도하기도 했다. 큰 사과나무 대신 작은 나무를 빼곡히 심는 방식이다.

2015년 선거에서 현직 조합장과 맞붙어 계란으로 바위치기 끝에 14표 차이로 당선된 김 조합장은 지난 3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경제사업에 대한 열정이 평가받은 것이다. 실제로 현서농협은 비료 팔고 농약 파는 수준의 경제사업에서 청송의 청정한 이미지를 지역브랜드로 발전시키겠다는 장기적 전략아래 비료, 농약 판매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경제사업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일 현서농협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 현서농협의 중점적 운영 방향은?

우선 현서면이라는 지역사회를 키우는 것이다. 인구가 줄다보니 복지·문화체육·생활편의 등이 투자가 안 되고 더 취약해진다. 농촌이 공동화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농협도 어려워질 수 있다. 행정에서 이런 거점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현서농협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2년 동안 현서면 복지회관 목욕탕을 운영했다. 지역주민이 2년마다 운영을 맡으며 불투명성이 문제가 됐는데 이를 맡아 투명하게 운영했다. 또한 수익금 5,000만원 이상을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목욕탕을 통해 지역에 사람이 몰리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니 주변 식당과 상가도 활력을 뗬다. 복지는 퍼주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일자리를 비롯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지역사회를 키우면 농협이 발전되고, 농협이 발전하면 지역이 발전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판매사업이다.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책임지는 농협을 만드는 것이다.

- 경제사업을 잘하는 농협이라던데.

신용사업은 경쟁업체가 많아 어렵고 힘든 사업이다. 경제사업 중심으로 농협의 체질을 바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취임 전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비율이 70대 30 정도였는데 지금은 40대 60 정도 된다. 지난 4년 동안 경제사업에 매진한 결과다.

유류취급소에서 확장·이전한 농협주유소도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고, 기존 하나로마트도 확장·이전해 연간 매출액이 22억원 35억원으로 70~80% 증가했다.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를 만들고 올해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사업 100억원을 돌파했다. 조합장 취임 당시만 해도 합병권고 농협이었지만, 지금은 유예 상태다. 올해는 120~130억원 판매를 예상한다. 소비지 시장 개척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기존 거래처가 11곳이었는데 신규로 13곳을 개척해 24곳이 됐다.

성과의 배경엔 직원들의 고생도 있지만, 농민조합원들의 참여가 주요했다. 실제로 취임 당시 사과 공선출하회원이 8농가에서 지금은 80농가로 늘었고, 황금사과 공동출하회 80농가도 조직했다. 채소작목반도 20농가를 조직했다.

- 지역농협이 나아갈 방향은?

개혁적 성향 조합장 모임 정명회에서 지난 2017년 일본으로 연수를 가 오야마농협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지역농협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봤다.

오야마농협은 1960년대 소득작목으로 매실과 밤을 심고 하와이를 가자는 운동을 벌였다. 가난한 농촌마을에서 하와이라는 해외여행의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농민들의 의지를 일으킨 것이다. 이후 성과를 바탕으로 농산물직매장, 유기농식당, 빵집, 찻집, 우메보시(매실장아찌) 등 6차산업에서 여러 성과를 냈다.

또 ‘주 3일 일하자’는 운동도 펼쳤다고 한다. 주 3일 일해도 생산성은 높이고, 노동강도는 줄이고, 농가소득은 올렸다. 이것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오야마농협 사례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농업 자체의 고도화, 6차산업화, 농산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공산업, 식당 등 다양한 사업을 우리 지역에 맞게끔 끊임없이 구체화시키고 고민해야 한다.

- 농협중앙회 개혁도 한 말씀.

농협 중앙차원의 농산물 유통과 지역농협 판매사업간에 경합이 벌어지며 하향평준화 우려를 낳고 있다. 농협이 농협안성물류센터 등 거점 물류센터를 통해야 양재 하나로마트 등에 사과를 판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데 낮은 가격으로 들어오는 물량만 받으면 결국 하향평준화되는 것이다. 거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지역농협은 도태될 수 있다. 이 부분을 농협중앙회가 고민해야 한다.

도시농협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농사짓는 농민은 없지만 1~2조원의 자산에 연말만 되면 돈잔치를 한다. 농촌농협에 생색내기로 무이자자금을 주는데 자본규모나 손익 정도를 봤을 때 도시농협이 적극적으로 농산물 판매사업에 같이 해줘야 한다. 농협중앙회가 이를 조정해야 한다.

또한 농협중앙회 이사나 대의원을 큰 농협이 다 맡는다. 농촌농협 조합장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의사결정구조도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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