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정보취약계층이 되어버린 청년농업인들

  • 입력 2019.08.25 18:00
  • 기자명 김후주(충남 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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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주(충남 아산)
김후주(충남 아산)

도시에서 나고 자라 생활하던 청년들이 농촌에 내려오면 그곳은 바로 미지의 세계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신기한 것도 많고 놀라운 것도 많다. 자연의 신비, 맑은 공기와 탁 트인 하늘, 고즈넉한 풍경, 때가 되면 아낌없이 내어주는 대지… 모르는 것이 없으시고, 불가능할 것 같은 힘든 일도 척척 해내시는 어르신들… 모든 것이 궁금하다. 농촌의 신비란!

그런데 마냥 신비로움에 취해 있을 수는 없다. 농촌에서 농업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하고 교류해야만 한다. 자연의 신비를 탐구하여 좀 더 좋은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농법을 배워야 하고 잘 키운 농산물을 잘 팔기 위해서는 판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동네 분들의 네트워크도 파악해야 하고 돈을 벌고 내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사업도 받고 지원도 받고 인맥도 쌓아야한다. 좋은 농지를 구해야 하고 농기계, 자재, 설비 등 투자해야 할 것들에 대한 가격이나 품질정보도 필요하다. 국내외 농업정책도 파악해야 한다. 각박하고 힘든 농촌생활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전진해야 한다.

요즘 젊은 것들은 어떤 것을 알고 싶거나, 뭔가 계획할 때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켠다. 그리고 검색을 한다. 그리고 그 무한하고 거친 정보의 바다에 온 몸을 던진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을 훈련받아온 젊은 사람들은 정보사냥의 귀재다. 이런저런 단계를 거치면 내가 원하는 알짜배기 정보를 손쉽게 판별하고 획득할 수 있다. 처음엔 자신있게 검색에 나서서 농촌의 신비를 파헤치려 했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농업·농촌에 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접근하기란 다른 어떤 분야의 정보보다 까다롭다.

농촌·농업 정보망은 아직 유선, 방문, 팩스 등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에 기반해있기 때문이다. 정보들은 이미 구성돼 있는 폐쇄적이고 협소한 네트워크 안에서 부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사적이고 은밀한 대면접촉이 필수다. 일단 알짜배기 정보는 유선연락망 혹은 핫라인(?!)을 통해서만 입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자체나 센터 담당자, 이장, 반장 등 연락처를 쥐고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 말이다. 가령 농지를 구하려고 농지은행에 가봐야 매물이 없거나, 있어도 도무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들이 대부분이다. 농지를 구하려면 농지은행이 아니라 좋은 빈 땅, 빈 집에 얽힌 사적인 사연과 전설을 알아야 하고 그 부동산을 처분하고 싶어하시는 어르신들, 혹은 도시에 계신 어르신들의 자녀분들의 행방과 연락처를 찾아야 한다! 가뜩이나 개인정보보호에 민감한 시국에 청년들이 그런 정보를 얻기란 바늘구멍에 낙타 끼우기처럼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특히 귀농귀촌한 무연고의 젊은 사람이라면 그 네트워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다치고 견디고를 반복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거쳐야만 한다.

정보의 입수뿐만 아니라 정보의 전달 또한 요즘 젊은 것들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경우가 많다. 요즘 젊은 것들은 팩스는커녕 집전화도 없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은 이메일이나 온라인 접수가 아닌 유선통화, 팩스, 우편, 직접방문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고싶은 일도, 꿈도, 말도 많은 요즘 젊은 시골 사람들은 답답하다. 도시에서 노인분들이 정보소외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마당에 시골에서는 청년들이 정보소외 계층으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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