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추세’ 뒤쳐진 친환경인증

  • 입력 2019.08.25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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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남 고성군의 한 친환경 취나물밭에서 농민들이 풀을 매고 있다. 현재 한국의 친환경인증은 농민들이 저 취나물을 어떻게 재배하는지는 안 보고, 그저 취나물 하나 무작위로 뜯어 검사할 뿐이다. 이러한 친환경인증을 ‘과정 중심'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한승호 기자
경남 고성군의 한 친환경 취나물밭에서 농민들이 풀을 매고 있다. 현재 한국의 친환경인증은 농민들이 저 취나물을 어떻게 재배하는지는 안 보고, 그저 취나물 하나 무작위로 뜯어 검사할 뿐이다. 이러한 친환경인증을 ‘과정 중심'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말, 국회에서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안전한 농산물 공급’이 목적이던 법안이 ‘생태환경 보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친환경농업계는 현행 친환경인증제도 또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로부터 의뢰받아 최근 국내외 사례 비교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과정에서 ‘결과 중심 국가인증’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비의도적 농약 혼입으로 인증 취소당한 농가 대상 처벌 완화 입장을 피력했지만, 친환경인증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요원하다. 잔류농약 검사 중심 친환경인증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친환경축산농가에 대해선 농약 검출 시 즉시 인증취소시키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이는 친환경인증에 대한 ‘세계적 추세’와 거리가 멀다. 유럽연합(EU) 감사보고(2012)에선 유기인증에 대해 “유기제품의 인증시스템은 생산과정 보증을 목적으로 하지, 제품 자체의 유기적 특징을 보증하려는 게 아니다. 이것은 제품이 유기적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 명시했다.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아이폼)에서도 유기인증은 과정 인증임을 강조한다.

이시도르연구소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2015~2017년 잔류농약 시험분석 결과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대상이었던 5만3,205건의 친환경농산물 시험분석 결과 중 3,129건(5.87%)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관행농산물의 경우 6만2,657건의 시험분석 결과 중 73.93%인 4만6,321건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친환경농산물에서 검출된 잔류농약의 평균 검출농도는 관행농산물 농약 검출농도의 1.34%에 불과했다.

‘과정 중심 인증’에도 매뉴얼이 있을까? 국제유기심사원협회(IOIA)는 아이폼과 유기심사방법론을 만들어 매뉴얼화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분석방법은 △물리적 관찰 △관계자 인터뷰 △추적심사 △시험분석 등의 4가지로 나뉜다. 물리적 관찰과 인터뷰는 조사원이 직접 농지로 가서 농지 상황 및 재배방식을 살피고 농민과 대화·토의하면서 생산과정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추적심사는 문서 및 기록을 통해 생산·관리 과정의 투입물과 산출물의 관계가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심사다.

시험분석은 우리나라의 친환경인증처럼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방식인데, 이 또한 우리나라처럼 무작위로 채취한 것을 검사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잔류농약 검사용 채취 지점은 농장 도면을 이용해 선정하는데, 이때 채취한 2개의 시료를 가지고 분석한다. 이 시료를 분석해 나온 시험분석 성적서는 어디까지나 생산과정을 참고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자료일 뿐, 단일한 시료의 농약 검출여부를 따지려는 목적은 아니다. 그나마 해외의 유기인증심사원들은 시험분석보다 농장의 전반적인 관찰 및 농민과의 소통을 훨씬 중시한다. 이는 해외의 자주인증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본지 861호 <친환경인증을 동료농민이?> 참조).

국내 인증심사 방법은 여전히 시험분석 방식 중심이다. 그나마 단일 시료의 농약검출 여부가 중심내용이다. 농관원 고시 ‘인증심사의 절차 및 방법의 세부사항’ 내용을 봐도 철저히 시험분석 위주 내용이며, 관찰·인터뷰·추적심사 관련 내용은 희박하다. 낱말 기준으로 보면 ‘시험분석’이란 단어가 944번 나오는데, ‘관찰·인터뷰·추적심사’란 단어는 82번 밖에 안 나온다.

친환경농업계는 인증판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잔류농약 시험분석 중심 기준을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고문헌: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친환경농산물 인증심사방법론의 중장기적 발전 방안 연구>(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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