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는 면적조절 … 결국 책임은 농민에게

농식품부, 마늘·양파 면적감축 필요성 강조
휴경제·타작목유도 등 구체적 대책엔 뒷짐

  • 입력 2019.08.2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식품부의 대책없는 면적감축 요구가 농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전남지역 마늘·양파 적정 재배면적 워크샵에서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대책없는 면적감축 요구가 농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전남지역 마늘·양파 적정 재배면적 워크샵에서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가 반복되는 수급불안을 완화시키고자 산지에 사전 재배면적 조절을 당부했지만 합당한 대책이 결여돼 농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올해산 폭락대책을 산지 책임으로 떠넘긴 데 이어 내년산 사전대책까지 반성 없이 똑같은 모습을 이어가려 한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농협경제지주의 협조를 구해 최근 광역단위 주산지를 순회하며 ‘마늘·양파 적정 재배면적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심해지는 수급불안 양상을 감안할 때 내년엔 올해보다 10% 정도는 면적을 줄여야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며, 굳이 농협경제지주를 끌어들인 건 농협을 통해 이를 관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아무 대책 없이 ‘면적을 줄이라’는 요구만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양파·마늘 면적을 줄인다 한들 대체작목들도 모두 만성폭락 상황인데 작부체계나 휴경보상에 대한 고민조차 결여돼 있다. 단지 ‘면적을 5% 줄일 때 농가소득이 4% 늘어난다’는 식의 자체 연구자료를 홍보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지난 20일 전남 무안농협서 열린 전남지역 워크샵에서 “내년엔 올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장기적으로 휴경제나 타작목재배 유도를 논의할 순 있지만 올해 당장은 아니다. 우선 눈앞의 급한 불부터 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면적감축 협조를 구했다.

이날 워크샵엔 전남지역 양파농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이 농식품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날 워크샵엔 전남지역 양파농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이 농식품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농민들을 다시 한 번 자극한 꼴이 됐다. 만성폭락의 원인이 무분별한 수입과 농민들의 요구를 외면한 소극적 수급대책에 있는 만큼 농민들은 농식품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촉구하고 있다. 면적을 줄여서 소득이 얼마 오른다는 단순 수치계산 또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제주와 20일 전남, 22일 경남 등 순회하는 곳곳마다 농민들의 언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이 사무관을 향해 “생양파와 분말 수입이 계속되는데 이에 대한 정부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면적조절은 의미가 없다. 대통령이 가격폭락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우라 했다는데 오늘 대안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농식품부가 대통령에게 항명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일갈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와 전국마늘생산자협회(회장 김창수)·전국배추생산자협회(회장 김효수)는 지난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과연 가격폭락의 주범이 농민인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면 가격이 안정되는가? 농식품부는 없고 농협만 있는 농업정책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세 단체는 △생산자협회를 포함한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할 것 △필요한 정책엔 정부 예산을 투입할 것 △수급조절 같은 중요 정책을 농협에 떠넘기지 말고 농식품부가 직접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기관·전문가들과 함께 TF를 꾸려 수급대책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임에도 사전 보도자료에서 이미 논의의 방향성이 정해져 있음을 노출했으며, 농민이 철저히 배제된 가운데 우려대로 산지 책임전가형 수급정책이 윤곽을 갖춰가고 있다. 정책 참여를 위한 농민들의 조직화가 가속을 붙이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여전히 눈길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