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늘농사? “망했다”

막바지에도 kg당 1,000원대
지은 만큼 고스란히 손해로

  • 입력 2019.08.25 18:00
  • 수정 2019.08.25 18:5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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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8월 하순, 마늘 출하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농민들의 얼굴은 여전히 침울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극심한 폭락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올해 마늘농사는 고스란히 손실로만 남게 됐다.

마늘유통의 중심인 창녕지역 농협공판장 마늘 경락가는 지난달 1일 첫 경매부터 kg당 1,500원 언저리의 바닥 가격을 형성했다. 평년 시세가 3,000원대이고 산지에서 얘기하는 생산비가 2,500원 수준임을 생각하면 얼마나 형편없는 가격인지 실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늘은 출하 막바지가 되면 가격이 조금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 창녕농협공판장 마늘 경락가는 이따금씩 2,000원을 찍을뿐 아직도 평균적으로 1,600~1,700원대에 머물러 있다.

8월 하순 현재 농가 출하 진행률은 80~90%. 대부분의 물량이 이미 1,500원대의 형편없는 가격에 농민들 손을 떠났고, 일말의 기대를 품었던 나머지 10% 남짓의 물량도 고작 100~200원 오른 가격으론 생산비를 건지기에 한참 부족하다.

지난 21일 우포농협공판장에 나온 창녕 우포면 농민 장철표씨는 “새벽에 벼논에 약을 치고 밥 한 술 뜨다 말고 너무 심란해 마늘가격을 살피러 나왔다. 이틀 뒤 남은 마늘을 낼 예정인데 가격이 이 모양이라 착잡하다”고 호소했다. 같은날 창녕농협공판장에 마늘을 낸 밀양 초동면의 배이영씨는 “오늘 중품 1,480원, 하품 1,030원 낙찰가를 받았다. 작년에 비해 절반이 떨어진 가격”이라고 한숨지었다.

지난 21일 창녕 우포농협공판장 경매 모습. 우포농협공판장은 신생 공판장으로 비교적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이날 대서마늘 상품 평균경락가는 1,906원/kg으로 타 공판장에 비해 높았지만 마찬가지로 생산비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1일 창녕 우포농협공판장 경매 모습. 우포농협공판장은 신생 공판장으로 비교적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이날 대서마늘 상품 평균경락가는 1,906원/kg으로 타 공판장에 비해 높았지만 마찬가지로 생산비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출하가 하나 둘 마무리되면서 농민들의 손해규모도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소규모 농가 중 정부수매에 일부 물량이나마 배정받은 경우 손해폭이 덜하지만, 대개는 많이 지으면 지을수록 심는 족족 손해를 본 실정이다.

정장석 우포농협 조합장은 “농민들이 마늘 1만평이면 5,000만~7,000만원의 원가손해를 봤다고 보면 된다. 당장 손실이 너무 커 내년 농사에 투입할 비용이 없고, 만약 내년까지 폭락이 이어진다면 부도와 자살도 속출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설상가상 올해는 부패나 스펀지현상(속칭 뻥마늘)으로 수확량이 급감한 농가도 속출했다. 수확량 감소에 폭락이 겹쳐 상당수 농가에 손해가 가중됐고, 그렇다 보니 상인들이 수급상황 대비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조작했다는 의혹이 지역에 만연하는 등 불신마저 깊어지고 있다.

설정철 창녕군농민회장은 올해 마늘농사 평가를 “망했다”는 한 마디로 갈음했다. 그는 “올해 같으면 더는 농사짓기 싫지만 농사꾼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다만 (보리·양파 등 대체작목도 폭락이라) 땅을 놀리더라도 마늘 면적을 줄이려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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