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종자 수입 적응성 시험, 사실상 ‘제 논에 물대기’?

  • 입력 2019.08.2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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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종자 생산·수입 판매신고에 앞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수입 적응성 시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논란이 학계에서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종자산업법」에 따라 국내로 수입하는 종자는 반드시 국립종자원(원장 최병국, 종자원)에 생산·수입 판매신고를 해야 한다. 해당 작물이 수입 적응성 시험 대상에 해당될 경우 종자 수입 판매를 희망하는 업체는 신고에 앞서 시험 실시기관 장에게 시험 신청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생산·수입 판매 신고 시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채소 종자의 경우 한국종자협회가 수입 적응성 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돼 있고, 협회 회원사가 종자 관련 업체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험 결과의 진위 여부에 논란이 발생한 상황이다.

물론 공공기관이 직접 수입 적응성 시험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식량작물 종자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실시기관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재단 이사장에게 신청서와 수수료를 납부해야 그 결과에 따른 시험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식량작물 수입 적응성 시험 세부실시요령에 따라 시험 실시자격은 △종자관리사 △식량작물 종자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국공립연구기관 및 산하단체 근무자로 종자관련 업무를 3년 이상 수행한 자 △대학 전임강사 이상의 직에 있거나 있었던 자로서 식량작물 종자 전공자 △재단 종자관련 업무 부서에 재직하고 있거나 있었던 자로서 3년 이상의 유경험자 △기타 재단 이사장이 인정하는 자 등으로 한정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종자협회 관계자는 “일각에서 시험 진위 등에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여건상 시험 신청 업체가 직접 제출한 계획서에 맞춰 수입 적응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협회 및 학계, 관련 기관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회가 직접 재배 현장에 방문해 시험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며, 수확 후 시험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체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 관계자는 “시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그 영향이 업계 전체에 미치기 때문에 종자협회에서도 시험을 정확히 실시할 수밖에 없다. 협회가 업계 및 회원 업체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협회 구성원이 수입업체 및 육종회사 등 다양하므로 어느 한 쪽의 이해관계만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라며 “모든 작물의 수입 적응성 시험을 국가기관이 직접 맡아 수행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시험 결과 평가에 업계나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은 지금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일섭 순천대학교 교수는 “종자협회가 다양한 업체로 구성돼 있더라도 수입업체의 소득과 규모는 국내 업체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협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결국 수입 적응성 시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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