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검정, 농민에게는 먼 이야기

진단 처방서대로 비료 시비 사실상 불가능

휴경 않는 농민들에겐 의미 없는 결과일 뿐

  • 입력 2019.08.25 18:00
  • 수정 2019.08.25 18:42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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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화학비료 과다시비는 환경적인 문제, 농지의 황폐화보다 앞서 작물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모든 농민이 무턱대고 일단 뿌리고 보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부 차원에서 비료 과다시비에 따른 토양으로의 비료성분 집적, 수질오염 등을 막기 위해 무상으로 토양의 상태를 진단해주고 적당량의 비료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공감대는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비료를 어떻게 선택하고 얼마나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복수의 농민들은 “써봤던 것 중에서 가장 잘 맞았던 것을 비료포대 뒷면에 쓰인 설명과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뿌리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농협이나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토양검정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적지 않은 농민들이 알고는 있었지만 “두어번 해보고 말았다”는 답변이 많았다. 현장 농민들에게 토양검정이란, 비료 적정시비란 무엇일까.

지난 20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에서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대성영농작목반원들이 자라고 있는 오이 모종을 보며 토양검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에서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대성영농작목반원들이 자라고 있는 오이 모종을 보며 토양검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남 공주시 우성면의 오이농가 18곳이 모인 대성영농작목반은 매년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토양검정을 받고 있다. 작목반 회원들은 토양관리를 해야 오랫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필요한 만큼의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토양검정 결과가 비료 시비량을 결정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작목반장은 “비료를 사용할 때 어떤 성분은 얼마큼씩 이렇게 정확하게 계량해서 넣지는 않는다. 특히 우리 같은 하우스는 작물의 상태를 보고 추비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시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기왕 작목반 총무도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토양검정 결과가 나오면 산도나 전기전도도(EC)를 중요하게 보는 정도다. 어느 성분을 어느 정도 넣으라고 처방서에 나오기는 하지만 이대로 계산해서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상 판단에 있어 현재 땅의 상태를 참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토양진단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내 땅의 상태가 어떤지를 알고 넘어가는 것과 모르고 넘어가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토양검정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농민들도 존재했다. 충남 서천군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김현용씨는 “보통 주변 농민들은 양파나 감자를 수확하자마자 그 밭에 콩이나 쪽파를 심고 다음 양파나 감자를 심기 직전에 수확한다. 토양검정은 검사에만 2주가 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비료를 시비하고 작물을 심으려면 한 달 정도는 휴경을 해야 한다. 하지만 농민들은 당장 소득이 급하니 땅을 놀릴 수가 없는 것”이라며 토양검정에 농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농민들의 비료 사용에 대해 “하우스 시설은 과잉시비를 하면 손 쓸 방법이 없으니 작물이 크는 동안 적은 양을 계속 추비하지만 노지의 경우 추비가 어려운데 기비한 비료가 바람에 날리고 비에 흘러내려가니 그것까지 감안해 더 사용하게 되는 부분은 있다”면서 “나이가 많은 분들을 빼고는 토양검정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는 있을 것이다. 토양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나 젊은 사람 위주로 토양검정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비료값도 결국 농민이 져야할 부담이지만 일손이 부족한 요즘 적은 양을 수확하더라도 상급의 작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농민들도 무의식 중에 화학비료 사용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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