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 제도 재설계 절실

소외된 농촌 속 소외된 사람들, 이주노동자②

  • 입력 2019.08.1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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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소외된 농촌 속 소외된 사람들, 이주노동자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이주노동자는 이제 우리 농촌을 지탱하고 있는 주요 축 중에 하나다. 그들이 없다면 농촌의 수레바퀴가 멈출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농촌의 농업인력 수요와 변화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 이주노동자 정책의 현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 해외사례의 비교와 함께 이주노동자, 우리 농민, 전문가의 목소리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지난 16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대두리의 한 양배추밭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이 비료를 주고 있다.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만으로는 농업 인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게 농촌의 현실이 됐다. 한승호 기자
지난 16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대두리의 한 양배추밭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이 비료를 주고 있다.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만으로는 농업 인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게 농촌의 현실이 됐다. 한승호 기자

계절근로자 제도 시행 후 현장 농가들로선 일손 부족 문제에 대해 ‘급한 불’은 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품목들에서 드러나는 일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된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면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이재환씨. 지난해부터 춘천시도 계절근로자 제도를 시작해 한 작기 당 120명의 필리핀 노동자들을 고용함에 따라, 이씨도 본인의 농장에 2명의 노동자를 들였다. 4월 20일 이씨의 농장에 왔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확히 90일째인 7월 20일 계절근로 기간이 만료돼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춘천시는 올해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기간을 4~7월, 8~11월로 설정했다.

이씨가 사는 신북면 지내리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토마토 또한 여름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목이다 보니, 지역 농민들 입장에선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합법적 경로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손을 보태는 것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여전히 한계점도 보인다. 우선 4~7월, 8~11월로 노동기간을 ‘일괄적용’함에 따라, 계절근로자 운용의 융통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농가라 해도 4월 20일~7월 20일로 노동기간이 정해질 경우 7월 20일엔 일을 그만 두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씨는 “신북면 지내리에서도 30% 가량의 농가는 기존에 고용하던 인력이 없이 계절근로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 그래서 계절근로자 고용기간이 끝난 뒤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작목에 따라 농번기가 다른 점도 계절근로기간 설정 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4월말에 파종하는 오이농가의 경우 7월 말~8월 중순에 이르는 기간이 수확기로서 바쁜 기간이다. 그럼에도 3개월씩 끊어서 설정한 계절근로자 고용기간으로 인해 중간에 계절근로자를 고용하기 힘든 기간이 생긴다.

또한 축산농가 및 시설원예 농가들은 노동력 투입이 1년 내내 고르게 필요한 만큼, 해당 농가들로선 계절근로자 제도의 이점을 제대로 누리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한국이민학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외국인 단기 계절근로자 제도 실태분석 및 종합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딸기의 경우 반촉성딸기가 3~5월과 9~10월에 고용노동력 투입이 가장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촉성딸기는 12~2월, 9월에 노동력 투입이 가장 많다. 이 시기에 고용노동력이 적절하게 투입되지 않으면 생산물 수확과 출하에 문제가 생기고, 그에 따라 소득에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춘천의 경우만 봐도 서면 지역에서 딸기가 많이 나는데, 현재 춘천시가 설정한 4~7월, 8~11월 근로기간대로라면 반촉성딸기 재배농가는 3월에, 촉성딸기 농가는 12~2월에 일손 부족 상황을 해소하기 어렵게 된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201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딸기 품목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인력부족률은 49.1%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일단 고려하는 걸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6월 3일 계절근로기간을 최대 5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도록 장기체류자격 신설을 추진 중이며, 계절성과 인력난을 반영한 작물 유형 확대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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