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한 읽기, 그리고 농업 엿보기

  • 입력 2019.08.18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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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포함한 한반도의 정세는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우리 국민들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한반도의 정세를 따라잡기에 버겁기까지 하다.

북한은 지난 9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북미 간 실무협의를 이어 가자는 의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11일에는 북한이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담화에서 북미대화의 재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반면 북한은 한미연합훈련과 한국의 군비증강을 빌미로 방사포와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면서 대남비방을 재개했다. 또 북한이 북미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정작 청와대를 조롱하는 듯 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을 대하는 태도와 대조적이다. 우리 국민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당초 북미는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극적인 회담을 하면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북미 간 실무협의를 속행키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모았던 적이 있다. 다음날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가 임박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미 간의 후속 접촉은 뉴스의 중심에서 급속히 멀어졌다. 이는 불과 두 달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북한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북한은 지금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셈이다. 북미협상의 시한을 연말까지로 언급했던 터라 그들의 입장에서는 촉박한 일정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신형 미사일을 개발, 발사한 것과 관련해 남한의 군비증강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북한이 핵무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무력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내부의 필요충분조건을 만들고 있다. 동시에 군사적 옵션에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내보인 셈이다. 북미협상에 대한 입장이 왜곡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이 모질게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대북 인도적 지원 또는 남북접촉 역시 제재완화 조치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되레 북미회담의 초점을 흐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이 우리 군의 작전권 환수 절차와 연관돼 있는 것도 북한은 알 것이다. 또 우리의 중장기 국방계획이 중국과 일본이 연관된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감안하고 있다는 것도 북한은 알고 있다. 이 같은 군비확충은 남북이 일정수준에서 상호 활용하는 측면이다. 때문에 북한의 발언에서 우리는 그들의 중의적인 의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올해도 북한의 농업사정은 만만찮은 상황이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황해도 일원의 곡창지대는 심각한 가뭄에 시달렸다. 비료·농약 등 영농물자의 수급도 어렵다. 지금 같은 폭염은 농작물의 작황을 나쁘게 할 것이다. 반면 국제사회와 미국의 제재는 여전히 촘촘하게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공식적인 언급과는 달리 내부 식량사정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김정은시대의 북한농업은 큰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포전담당책임제라는 개혁조치도 후퇴 없이 시행되고 있다. 부업축산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협동농장의 경영능력을 높이기 위한 경쟁체제도 크게 도입하고 있다. 생산 장려 정책이 강화된 셈이다. 다만 식량에 관해서는 시장처분권을 제한하고, 협정가격으로 국가에게만 판매토록 하는 보완책이 마련됐다.

우리에게 북한의 협상방식은 낯설다. 자존감과 공세적 입장을 취하는 북한의 대화방식은 허세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론 불필요한 오해와 반감을 낳기까지 한다. 하지만 북한의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북한을 읽을 수 없게 되며, 북한의 농업을 엿볼 수도 없게 된다. 평화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다. 남북 농업협력이 평화경제를 앞당기게 될 것이란 믿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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